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by 키고마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25년 차 변호사로서 경험한 인생사들이 한 편의 드라마였다. 아니 드라마보다 더 한 게 우리 인생이다. 변호사의 일이라는 게 상식에 바탕을 두고 – 그마저도 상식에 못 미치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 법리에 기반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다. 인생 상담사가 따로 없다. 그만큼 조우성 변호사는 타인에 대해 공감하면서 어려운 사정에 눈감치 않고 도움을 주려는 선한 사람이었다. 변호사로서 만나는 타인의 삶 속에서 그의 마음 씀씀이가 드러난다. 모든 변호사들이 다 이처럼 일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상식에 기반해 움직이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권선징악이나 공정과 상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사람이 꼭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감정 따위에 더 많이 휘둘리는 존재이기에 다툼과 분쟁 속에 놓치는 부분들이 참 많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에서 위로를 받게 되는 지점들도 있는데 인생의 희로애락 안에 아이러니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선한 의도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게 다시 복처럼 돌아오게 되는 일들이 없지는 않았다. 억울한 사정이 언젠간 풀릴 수도 있고 법적 판결을 비껴간 비겁하거나 나쁜 사람들이 응당 그 죗값을 치르게 되는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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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동양의 고전을 인용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읽는 이에게 인생을 이해하는 하나의 얼개가 되기도 하고 순간순간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노자의 <도덕경>에 ‘천망회회 소이블루(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채근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분수에 없는 복과 무고한 횡재는 만물의 조화 앞에 놓인 표적이거나 함정이다. 높은 곳에서 보지 못하면 그 거짓된 술수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명예와 부귀가 헛되이 사라지는 길을 직접 따라가 그 끝을 지켜보면 나의 탐욕이 저절로 가벼워진다.’


법조인들이 동양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이 자연 스러 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꽤 많은 법률가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이런 구절들을 빗대어 말하기도 했던 거 같다. 그들의 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합리화하는데 그쳤을 수도 있다. 법치의 탈을 쓰고 사법 사냥에 나서는 시스템을 포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많은 법률가들이 자신의 일이 마치 하늘의 일인 걸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법의 힘은 강하고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소송의 쟁점과 법리뿐 아니라 그 안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그런 시각과 태도에서 빛이 난다. 당장의 승패를 떠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들에서 희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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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유명해진 데는 2022년 방영돼 크게 화제가 됐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피소드 원작이라고 알려진 이유가 있다. 당시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였는데, 주인공 변호사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졌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한몫을 했다. 특히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서번트 증후군으로 한정해서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였지만 타고난 두뇌와 장애에서 비롯된 비범한 기억력과 집중력으로 사건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었다. 주인공을 연기했던 박은빈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된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질수록 한편에서는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만든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은 데에는 좋은 대본, 배우들의 열연과 제작진의 연출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 크겠지만, 결국 드라마를 따뜻하게 데워준 에피소드들이 있었던 거 같다. 장애에서 비롯된 제한된 사회적 소통에서 오히려 주인공의 순수함이 반짝반짝 빛이 났고, 천재적인 두뇌가 만들어내는 철벽 같은 논리가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리메이크가 된다는 소식도 있고 뮤지컬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우리들 관계도 우리들 태도도 이처럼 순수하게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다. 그리고 꼭 바란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겨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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