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고 싶은 당신에게
멋이라는 말은 좋은 뜻이다. 사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먹는 것도 멋있을수록 좋다.
그러나 멋이라는 말 뒤에 대로를 붙이면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버린다.
방종, 마음대로, 생각나는 대로, 규칙 없이, 때로는 예의 없다는 뜻까지 되어 버린다.
내가 말하는 ‘멋대로 써라’는 후자에 속한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일수록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전자에 집중한다.
나 같은 서민이 대저택에 초대받아서 식사를 한다면 자연스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부터 먹어야 하는지, 냅킨은 어떻게 사용하며 칼과 포크질은 소리를 내어도 되는 것인지 신경을 써야 한다. 옆 사람과는 이야기를 해도 좋은지 음식물을 흘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히 주위 사람들이 하는 것을 곁눈질을 해 가며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집에서 라면을 끓여서 새콤한 김치하고 먹고, 남은 국물에는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정말 맛을 제대로 느끼지 않을까.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맞춤법에 신경 써야 하고 낱말의 선택도 생각해야 한다. 문장과의 이름도 매끄럽지 않으면 다시 고쳐 써야 한다. 그렇게 쓰는 글에 내 마음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나도 결코 위의 것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맞춤법도 틀린 것이 수두룩하고 나중에 읽어보면 어색한 표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도 뻔뻔하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글을 쓰고 있으며 어떻게든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제외하고 오직 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멋대로 쓰라’는 의미는 형식, 내용, 장르, 문법등 글을 쓰는데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생각에서 지우라는 뜻이다. 이러한 요소를 생각하게 되는 마음의 원인은 ‘잘 쓰고 싶다’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글을 쓰면서’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늘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글쓰기 전’이라는 표현 보다 ‘글 쓰면서’라는 표현을 쓴 것에 유의해야 한다.
잘 쓴다는 것이 나름대로 정의되고 난 후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는 글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글을 잘 쓴다는 의미는 ‘내 마음을 진실 되게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사상이 아니라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 놓는 것이다. 솔직하다는 것이 꼭 비밀을 드러내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해 보라는 것이다.
그 이외의 요소는 다음에 얼마든지 수정해 나가고 개선이 가능하다. 나의 생각과 솔직함은 처음부터 그렇게 출발하지 않으면 중간에 고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글을 자신과의 대면이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보고 알게 된다.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를 제한적인 요소들로 인해 묶어 둘 필요가 없다.
멋대로 써라. 쓰고 싶은 대로 써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