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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Jan 09. 2024

스페인의 전주, Asturias

D+66 북쪽길 25일 차 

✔️루트 : PiñeresdePría - Duesos (히하 2km 제외, 약 26km)

✔️걸은 시간 : 7시간 50분







오늘 묵은 알베르게는 아침이 제공되지 않는 곳이었기에 주방에서 끓인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가방에 있던 음식과 함께 먹었다. 산 위에 덩그라니 있는 곳이었어 가방 속에 먹을 것이 충분한 것이 다행이었다. 길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며칠 전 만났던 스웨덴 순례자를 만나 함께 걸었다. 그는 오늘 해안길로 걷는다고 했고 별 생각 없이 따라갔다. 여러 대화도 하며 즐겁게 함께 걷다가 내가 풍경을 보겠다고 잠깐 딴 길로 샌 사이에 그를 놓쳤고 이후 다시 만나지 못 했다.




오늘 걷는 해안길은 10km가 넘는 거리였다. 오늘 따라 날씨가 더워 그늘 없는 해안길을 걷는게 힘들었다. 걷다 보니 금방 허기가 져 절벽에 자리를 잡고 가방 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초콜렛이 다 녹아 누텔라처럼 빵에 발라 먹었다. 먹다 보니 가방에 있던 음식을 모두 동 내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앉아서 쉬고나니 오히려 더 지친 기분이었다. 해안길 중간에 나가서 일반 루트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유난히 날씨가 덥고 발도 너무 아팠다.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탄산음료를 시키고 앉아 있었다. 음료수 원샷 후 멍 때리고 있다가 그냥 앉아 있기도 뻘쭘했기에 Menu del Dia를 시켰다. 18유로로 가격이 좀 있었다. 하지만 내 이론Asturias=전주)이 맞다면 어디서 뭘 시켜도 맛있을 것이다. 오늘도 역시 주인 분의 추천을 받았는데 생선으로 만든 파테와 돼지고기 음식을 시켰다. 오늘로서 나의 이론은 확실히 증명되었다. Asturias는 전주다.







걷는 길에 알베르게가 별로 없길래 한 알베르게 전화를 해놨다. 9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고 Duesos를 목표로 걸었다. 걷다가 도로 중간에서 기침이 시작 되었는데 멈추지 않아 가슴이 아팠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에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 계속 기침을 한다. 기침이 많이 잦아 들고 있지만 한번 기침이 나기 시작하면 잘 멈추질 않는다. 그래서 가방에 사탕이나 껌을 가지고 다녔는데 하필 어제 딱 떨어졌다. 사야지 하면서도 계속 까먹었다.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계속 기침을 했다. 물을 마셔도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10분이 넘자 안 되겠다 싶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다행히 차도를 걷던 중이라 금방 차를 잡을 수 있었다.




독일에서 스페인에 휴가를 온 커플이었다. 캠핑장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2km정도 길에 있는 마을의 카페 앞에 나를 내려주고 갔다. 껌을 사려고 했는데 마을에 슈퍼가 없었다. 아쉽더라도 따듯한 커피로 목을 진정 시켰다. 요즘 발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발이 아팠다. 시간이 늦었지만 이곳에서 충분히 쉬어주었다. 


알베르게는 2km정도 거리에 있었다. 걷다보니 알베르게에서 전화가 왔다. 언제쯤 도착할 예정이라는 질문이었는데 신호 문제인건지 제대로 대화가 안 됐다. 몇 번의 통화 끝에 20분 뒤에 도착한다고 전달하는데 성공하고 속도를 내어 걸었다. 9시 10분에 알베르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알베르게는 생각보다 정말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알베르게 주인은 안 좋았다. 내가 늦게 와서인지 표정이 별로 였는데 그럴거면 왜 10시까지 사람을 받는다고 적어 두는 건가 싶었다. 이곳은 도네이션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는게 주인은 알베르게 내부를 소개하기도 전에 도네이션 박스에 돈을 내라고 했다. 뭘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라는 거지? 그리고 내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돈을 내고 할 때 무슨 지폐인지 궁금했는지 계속 쳐다 봤는데 너무 부담 되었다. 



다음 날 제대로 대화를 하게 된 프랑스 순례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아직 도네이션 하기 전이라고 했다. 그리고 주인이 아무때나 편할 때 하라고 했다고 했다. 내가 돈을 안 내고 튈 것 같이 생겼었나보다. 거울 속 초췌한 내 모습을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침대에 누우니 또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침낭을 몸에 덮는 대신 목에 감고 얼굴을 덮으니 공기가 따듯해지면서 기침이 잦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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