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해
그림으로 대상 받은 지 벌써 1년
당시 상을 받게 될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기록을 남겨두려고 영상을 찍어두었다. 스케치부터 색채 작업까지 전부 다 찍어두려고 했는데 영상 찍는 장비가 그림 그리는데 걸리적거리고 영 불편해서 완성 후 테이핑 제거하는 것부터 찍을 수밖에 없었다.
한 손은 휴대폰, 다른 한 손은 스케치북에... 다른 아티스트들은 도대체 작업하면서 영상을 어떻게 찍는 걸까? 생각하며 찍은 기억이 난다.
이번 노들서가 전시회에 걸어놓은 수채화 원화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공간적인 제약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영상을 남기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한국 공식 캐릭터 샵 '도토리 숲'을 위한 제출용이라서 그림 안에 작가 서명을 넣지는 못했지만 내겐 꽤 의미 있고 중요한 작업이었다. 사람이 집중하면 허리도 엉덩이도 이긴다. 앉은자리에서 미동 없이 12시간이 걸려 완성한 이 두 장의 그림 중 하나가 대상을 탔고 부상으로 상품도 받았다.
미대를 간다고 했을 때 손가락 빨고 살 거냐며 반대가 심했었는데 졸업 후 한참이 지나서야 미술도 돈이 될 수 있다고 보여준 첫 날이었다. 물론! 부상으로 받은 것이 돈은 아니고 상품이었지만 가치를 따져보니 약 20~30만원 상당의 선물이었다.
어쨌든 1년 전 이 사건을 계기로 작가 이력에 한 줄을 넣었다. 노들섬에서 일상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노들서가 집필실에서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리며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매우 힘든 상황이었지만 작가들과 함께 같이 머리를 맞대고 전시회도 열었고 생애 처음으로 TV 인터뷰도 해 보았다. 앞으로 노들섬 섬데이 프로그램 노들 아틀리에를 통해 서울 시민들에게 기초 드로잉도 가르칠 예정이어서 돌아보니 작년 이 시점부터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면 6월에는 상황이 조금 바뀔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 나은 글과 그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 또한 더욱 성장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기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