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0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2020년 새해가 밝았을 때에는 계획해 둔 일들이 참 많았었는데 오늘이 딱 6월의 보름이라는 것을 인식해 보니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6개월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렵게 어렵게 버텼다는 표현 외에는 대신할 문장이 없다. 누군가는 이 6개월을 잃어버린 6개월 이라고 말했다.
1~2월에는 세미나와 전시회 준비로 바빴고 그 사이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삶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전시회가 계획되어 있었던 3월이 제일 큰 고비였고 전시회는 한 달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단 일주일만 오픈하고 문을 닫았다.
4월이 되자 '남들도 모두 어려운 시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첫 전시회였는데 꼭 초대하고 싶었던 사람들께 폐가 될까 초대장도 보내지 못했다. 괜찮다 괜찮다 생각하면서도 몸은 아니었나 보다.
스트레스가 병을 가지고 왔다. 몸의 이상을 느꼈지만 간단한 문제인 줄 알았는데 1차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한 후 앞으로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3차 병원인 큰 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을 받았다. 1차 병원의 의사 선생님의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치성이고 정말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은 진심으로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큰 병원 주치의 선생님께 다시 한번 확인을 했고 맞다고 하셨다. 죽을병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생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아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떡볶이, 짬뽕, 피자, 스파게티 등을 앞으로 사는 동안 먹을 수 없다. 밀크 쉐이크, 아이스크림, 우유 이런 것도 평생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지인이 계시다면...
미안합니다. 이제 저는 같이 밥 먹기가 힘들어졌어요. 미안합니다. 저는 전보다 더 까탈레나가 되었어요.
*사생활이라 오픈하고 싶지 않았지만 굳이 병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앞으로 대인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겼고 이런 이유로 공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저의 상태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5월이 되자 취소되었던 전시회가 다시 열렸지만 언제 닫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함에 또 한 달을 보냈다. 다시 번진 코로나 여파로 약속된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예상보다 조금 일찍 닫혔지만 얼마간이라도 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2020년의 절반이 되는 달의 보름, 오늘부터 또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 한다.
생애 처음으로 작업실을 마련했다. 아트를 하는 클럽: Do Art Club 멤버로 선정되어 작업실에 둥지를 트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직업을 아티스트라고 써도 되겠다.
Do Art Club
이 곳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Do Art Club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그림들이 탄생할 예정이다.
두 아트 클럽 바로 옆에 위치한 아트숍에서는 앞으로 노들 아틀리에 라는 이름으로 기초 드로잉 수업이 7월 2일부터 열리고 미술 수업을 정기적으로 가르치며 원데이 워크숍도 열 수 있게 되었다. 가르치는 것은 다 준비가 되었는데 코로나의 이유로 그림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없을까 봐 조마조마하다.
기초 드로잉 수업의 내용은 유학을 가서 미술 교수님들께 배워온 2D 수업을 기초로 수업을 준비 중이다. 학부 때 배웠던 예술에 대한 기본 지식들이 지금도 내게 유용한 것을 보니 새삼 교수님들께 감사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굳이 유학을 가지 않아도 내가 배워온 지식들을 토대로 이 곳에 와서 재미있는 미술의 기초를 배워가셨으면 좋겠다.
두굳두굳 아트숍은 아직 오픈 전이지만 7월 초에는 오픈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이해
기한이 정해져 있는 작업실이지만 당분간은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유목민처럼 그림 도구들을 바리바리 챙겨서 자리를 뜨지 않아도 된다. 글만 쓰는 집필실에서도 나름 괜찮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여러 도구들이 필요한데 매번 작업할 때마다 수채화 도구들을 한 아름 챙겨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장소에서는 미디엄은 다르지만 창작을 하고 있는 새로운 작가들과도 인사를 했다. 노들서가에서 함께 작업했던 브런치 일상작가들도 이 곳에 함께 있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노들서가 - 싹스리 출처: 서울경제쓰
요즘 노들섬을 산책할 때 연예인들을 종종 본다. 노들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코미디언을 보았고 지난주에는 다른 코미디언들도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러 오시는지 자연인에 출연하는 분도 좀비 분장을 하고 오셨더랬다. (좀비 분장이 사실 좀 무... 무서웠다)
2주 전에는 놀면 뭐하니에서 노들서가로 촬영을 나왔다고 했다. 구경은 못했지만 유튭 실시간 방송을 통해 싹쓰리라는 팀명이 지어진 장소가 바로 노들서가이다.
뮤직라운지: 류 - 놀면 뭐하니지난주 어느 날에는 노들섬 작업실 밖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유재석 님과 스테프들이 우르르 지나가셨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서가 맞은편에 있는 뮤직 라운지:류에서도 지난 토요일 촬영분이 방송되었다. 방송을 보며! 어!! 여기 뮤직 라운지인데!라고 외쳤다.
이렇게 요즘 방송 관계자 분들이 노들섬을 많이 찾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멋있는 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노들섬에서 일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 해야지!
새로운 작업실에서 새로운 그림과 글들이 많이 탄생해주길 바란다. 코로나로 모든 상황이 어렵지만 이 도전이 내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주기를!
지금 걷고 있는 이 걸음이 제자리 걸음 일지라도!
©기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