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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이해 | This, too, shall pass away

by 기이해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하여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리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


명을 받은 보석 세공인은 명령대로 곧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석 세공인은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습니다. 그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 주고 동시에 그가 낙담했을 때 기운을 북돋워 드리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말을 써넣어야 할까요?"


솔로몬이 대답했습니다. 이런 말을 써넣으시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jpg





7년 전 학교 졸업 후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면서...


오랜 시간 해외에서 근무 & 학교 생활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귀국하며 근무를 시작할 때에 어떤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경력직으로 입사했고 첫 사회생활 이후 10년은 지났으니 한국의 업무환경이 많이 발전했을까 하는 약간의 설렘도.


하지만 여전히 일을 하며 당황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직급의 힘겨루기, 상명하복, 업무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허례허식, 의전, 상사가 직원에게 하는 외모 평가, 남녀 직급 불평등, 사무실에서의 유교사상 등 오랜 해외 생활로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위와 같은 상황들을 도통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당시 이 글이 가끔은 위로가 되어주었지.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지만 저런 구역질 나는 상황들이 찾아올 때면 이 상황을 언제나 즐길 수만은 없었다. 저 상황들을 억지로 버티며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억울함이 쌓여 글이 되었고 브런치는 나의 대나무 숲이 되어주었다. 브런치에 한 편씩 글을 연재하며 작성한 에세이들이 이슈가 되어 고맙게도 글을 연재할 당시 다음 포털에, 카카오톡 메인에 자주 등장해주었다.


그 일 이후 글들을 엮어 출판사와 대화하며 우연한 기회로 2016년에 첫 에세이 책이 나왔다. 여전히 이 사회에서 불평등, 부조리와 불합리함은 언제나 존재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글을 작성하고 있을 때에는 세상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고 책 마지막 부분에 그동안 해외생활을 하며 국력이 약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바 한국의 국력 때문에 불편했던 이야기도 담았었다. 그러나 2020년을 지내며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잠재력을 세계가 이제는 조금씩 알아봐 주는 상황이 와서 정말 다행이라 느껴진다.


해외에 머물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힘없는 한국인이라서 좌절스러운 일도 많았었는데 졸업을 앞둔 2012년 미대생 신분으로 미술 관계자들을 모시고 미술 역사 심포지움에서 발표를 했다.


아직 많이 숨겨져 있는 한국 문화와 특히 베일에 가려진 한국의 국보 위주로 한국 미술을 다루며 미술 관계자 및 지역 5개 대학의 미술 관련 교수님들 앞에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다루었다. 이 발표를 위해 모아둔 한국 미술에 대한 영문 자료들을 그동안 도움을 주신 미술 역사 교수(은사)님과 모교 도서관에 모두 기증했다.


당시에는 아직 한국 국력이 약해서 별 영향력이 없는 작은 '나'라도 국력을 높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믿는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천천히 발전해 가고 있을 뿐.


그리고 워낙 '빨리빨리'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느리다고 생각한 이 세월들이 다른 나라의 사람들 눈엔 한국의 발전이 엄청난 속도의 발전이었음을 기억하자!


언젠가 이렇게 말할 날도 오겠지.

지나갔다. 드디어 코로나가 종식되었다!




©기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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