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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꺽정 Feb 07. 2019

인간이란 무엇인가

2편. 인간 존엄성의 시초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간이 존엄하다'는 인식이 생겨났을까?  나는 고대사회에서는 이런 인식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역사를 읽어보면 그들의 생각도 동양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만물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는 탈레스의 말은 이를 대변해 준다.  그 당시 사람들은 ‘뭐가 더 존엄하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있는 그 자체로서 존재를 인정했던 것 같고 인간이 다른 존재보다 우수하니 이성적이니 하는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의 삶에 대한 기본 생각은 천지인사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 사이에서 인간이 살아간다.  이 사상에는 하늘을 존중하고 땅을 존중하고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존중하는 생각이 담겨있다. 특별히 인간만을 존중하는 생각은 담겨있지 않다.  


인간이 다른 동물 또는 다른 존재와 다르다는 인식은 기독교로 인하여 생겨나지 않았나 싶은 것이 나의 생각이다.  기독교는 인간을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도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다.  따라서 인간 이외의 존재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선택 받은 존재가 아닌 부수적인 존재이다.  당연히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은 하나님의 자식이 아니기에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라고 해서 다 존중 받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인간들은(그들은 이들을 이교도라고 부른다) 하나님으로부터 선택 받지 못한 존재이기에 존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이러한 기독교의 세계관은 4세기이후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1세 황제에 의해 로마국교로 지정된 이후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러한 기독교적인 세계관, ‘인간 특히 기독교도와 다른 존재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세계관은 인간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발전했고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으로까지 확대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기독교적인 세계관은 인류역사상 유일무이한 것으로 보인다.  서양문명의 뿌리인 고대그리스/로마문명에서도 이러한 세계관은 없었고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들도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인간만이 특별히 존엄한 존재라고 규정하는 생각의 뿌리는 기독교의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가다 만약에 기독교가 생겨나지 않았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어있을까? 아니면 기독교의 발생은 인류의 운명이었을까?  기독교는 정치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확대된 종교이다.  이는 기독교가 정치인들이 활용하기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인들은 항상 민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찾는다.  로마시대에 황제들도 확대되어 가는 영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치하느냐가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로마제국이 이탈리아반도에 국한된 시기에는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고대 로마시대의 제도 및 시스템은 매우 합리적이었고 효율적으로 작동을 하였다.  지금 미국의 시스템이 로마시대의 제도 시스템과 매우 흡사하다.  아니 미국인들은 로마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이 정도로 로마의 시스템은 훌륭하였다.  로마에 의해 정복당한 세력들은 오히려 로마의 지배를 환영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로마의 지배는 약탈과 종속이 아니라 그 반대로 약탈로부터의 보호, 종속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를 의미했다. 


하지만 로마가 이탈리아반도에서 서유럽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지금의 영국, 북아프리카지역까지 세력을 확대하게 되자 로마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과거의 시스템으로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광대한 로마를 통치하고 위한 수단으로 제정을 선호하였고 원로원은 기존 시스템인 공화정을 선호하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것도 이러한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기위한 다툼의 결과였다.  그는 암살되었지만 그의 사후 로마는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로 정치체계가 바뀌었다.  초기 제정시대에 능력있는 황제들 덕분에 로마는 굳건했지만, 이후 능력없는 황제들이 생겨나면서 로마는 서서히 균열되기 시작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황제 개인의 리더십의 부족으로 로마가 균열되기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황제의 개인 리더십으로 감당하기에는 로마의 영토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황제들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광대한 영토를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가?  그리고 정적들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A.C. 4세기에 로마황제에 오른 콘스탄티누스1세의 고민후 선택은 기독교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를 중단하고 급기야는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을 하였다.  로마가 특정종교를 국교로 지정한 것은 로마역사상 처음이고 인류역사상 처음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 것은 기독교세력을 통해서 자신의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함이었다.  그 당시 로마에는 세력화된 종교가 기독교밖에 없었다.  광대한 제국을 통치하기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같은 탁월한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고 콘스탄티누스1세도 그런 능력은 없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로마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력을 얻는 것이었고 그 당시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기독교세력이었던 것이다.  그의 결정덕분에 로마제국은 유지되었을지 몰라도 유럽은 암흑기라 불리는 중세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나는 로마가 기독교를 선택했던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콘스탄티누스 1세가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가 선택했을 것이다. 그 당시 로마의 상황으로 볼 때 종교와 정치를 결합하는 것은 효과적인 통치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스1세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무시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다.


나는 로마가 제국의 영토를 자신들의 통치능력 밖으로 넓힌 것은 인류역사에 있어서 커다란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로마사람들이 그들의 영토를 적정한 범위내로 스스로 제한했다면 로마제국 초기의 훌륭했던 통치시스템은 여전히 잘 작동했을 것이고 특정 종교세력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철저하게 막았던 중세시대는 없었을 것이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종교전쟁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내 상상이 너무 심한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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