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것들이 서로 엉키고 설키면서 그 과정에서 조화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기에 세상이 존재하고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이다. 적응하는 자가 생존한다라는 의미는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면 살아남는다라는 의미로 읽혀질 수는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적응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유전자로 결정되어 있는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표현될 수 있다. 각 개체의 노력이나 후천적 요인에 의하여 변화되는 변수가 아닌 것이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변화량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할 것이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그 변화량이 크게 보여질지는 모르지만 대자연의 시각으로 볼 때 미미하다는 것이다.) 가령 기온이 영하 50도로 갑자기 내려가는 경우 이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 생명체는 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또는 적응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여 살아남았다고 보기보다는, 원래 강추위에 강한 유전자적 특성을 물려받아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살아남았다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생명체는 어떠한 환경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자신들의 종을 유지해 나가기 위하여 본능적인지(또는 자연의 섭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취하는 전략이 있다. 다양한 유전자 조합을 통하여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체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개체를 유전자적 특질로 분류하여 분포도를 그리면 아래의 정규분포도와 비슷할 것이다.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주류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는 가장 많이 생산될 것이고 m(평균값)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가깝게 분포할 것이다. 주류유전자와는 상이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도 생산이 되겠지만 그 수는 적을 것이고 평균값 m에서 멀리 분포할 것이다. m(평균값)과 멀리 위치하는 개체일수록 주류유전자의 특성과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고 그 수는 체감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우리는 양 극단에 위치한 개체를 돌연변이라고도 부른다.
생명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로 전부 생산하고 않고 다양한 특질을 가진 개체를 굳이 만들어내는 이유는 적자생존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명체의 첫번째 전략은 현재의 환경에 최적으로 부합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그래야 현재 환경에서 자기 종이 광범위하게 번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있다. 현재의 환경이 변화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의 환경에 최적화되어 생산된 개체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시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멸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번째 전략으로 현재의 환경에는 그리 부합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환경변화에도 견디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특질(능력)을 가진 개체를 그 수가 적더라도 생산한다. 환경이 급격히 변동하여 현재 주류인 개체가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멸하더라도 다양한 유전자적 특질로 생산한 개체중에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보유한 어느 하나가 살아남아 종의 지속적인 유지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다윈의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적자생존의 원리이다.
위와 같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種의 거시적인 전략이지만 이 전략의 영향을 받은 그 종의 개별적인 개체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개별적인 개체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은 하나도 없다. 눈떠보니 태어난 것이고, 내가 가진 유전자적 특질도 내가 선택하여 가지고 태어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냥 자연의 섭리에 따라 주어지는 대로 받고 태어난 것이다. 대부분의 개체는 현재의 환경에 평균적으로 부합하는 유전자적 특질을 가지고 태어나니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개별적인 개체 중에는 앞으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환경변화에 대비하여 생산된 소수의 다양한 개체들이 있다. 이러한 개체들은 지금의 환경과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기에 적응해 살아가기가 어렵다. 살아가더라도 근근이 살아가는 지경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환경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운 좋게 찾아온다면 좋겠지만(이는 주류 개체집단의 사멸을 의미한다) 그런 환경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개체들은 종의 유지라는 대명제에 희생되는 개체들이다. 개별적인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억울할 것이다. 대다수인 누구는 편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나만 고생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에서도 특이한 특성을 가진 소수의 개체들이 있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특질을 가진 사람들(정규분포도상 m평균값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특이한 특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혈액형은 A형 B형, AB형, O형 등 총 4개의 종류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수혈받는 과정에서 같은 혈액형을 수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의학자들이 세밀하게 분석해 보니 위 4개의 혈액형 외에 다른 혈액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이를 P형이라고 하자). 이 변종 혈액형이 왜 생겨났고 이 P형이 일반적인 4개의 혈액형과 어떤 다른 특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의 전략적 결과일 것이다. 그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어떤 환경에 적합할지, 어떤 환경적 변화에 닥쳤을 때 종의 유지를 위해 그 개체가 어떤 기여를 할지는 우리는 모르지만, 그 어떤 특정상황을 대비하기 위하여 태어난 것은 분명할 것이다. 예를 들면 변종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인류가 멸종할 상황에서 그 바이러스를 이겨낼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가 P형 인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 사람은 안타깝게도 때를 잘못 만난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한 유형이 사이코패스이다. 사이코패스는 냉정한 성격이다. 살인도 눈 꿈쩍하지 않고 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유형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존재들은 거리낌없이 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다른 사람들이 매우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극도의 냉정함이 요구된다면 그때는 온정주의의 성격을 가진 사람보다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종의 유지차원에서 꼭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사람 중에는 다른 사람들 보다 특정부문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시력이 좋은 사람. 수영을 잘하는 사람, 기억력이 탁월한 사람,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난 사람, 조직관리를 잘하는 사람, 가우스나 리만처럼 지적능력이 탁월한 사람 등. 이런 사람들은 인간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때를 잘 만난 사람들이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 능력은 본인들이 원해서 선택하여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태어나보니 그 좋은 능력이 부여된 것을 알았을 뿐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소수의 사람들과 같은 행운을 타고 난 사람들이다. 만약에 가우스나 리만이 석기시대에 태어났다면 그가 가진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재능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신체능력이 부족하여 맹수들의 먹이로 전락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현재의 자연환경, 사회적 환경에 맞지 않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적으로 특성성향이 강해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다른 사람과 같은 일반적인 신체능력이 미달하는 사람. 대인관계에 관심이 없거나 서툰 사람 등. 우리들은 이런 사람들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운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 역시 이 능력(현재 환경에서는 부정적인 능력)을 원해서, 선택해서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그런 능력(상태)으로 태어난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 사람들은 원래 종의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 남다른 별종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데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당하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만약 반대의 환경이나 상황이라면 입장이 역전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일반적인 부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주류사회로부터 차별받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확연히 남자 여자가 아닌 그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친 사람들 같은 경우, 특정종교에서는 아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대자연이 다양한 특질을 가진 존재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종의 지속적인 유지라는 원대한 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매력을 느끼는 다름이든 비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다름이든 다름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이다.
우리 사회에는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특정지역 출신이 아니라고, 못 사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살고 있다고 무시하고 차별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현재 주류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능력이 좋아서 나의 선택이 탁월해서 사회의 주류에 포함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나의 능력이 탁월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아서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나보다 열위한 능력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운이 안 맞아 현재 환경에 부합되지 않은 능력이나 특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주류와 다르다하여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은 대자연의 섭리를 부정하는 것이고 대지의 여신 가이아, 여호와의 뜻을 거스리는 행위이며 귀납법에 따라 자신 조차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는 몰지각한 생각과 행위이다. 이 세상이 악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악중의 악, 최고의 거악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와 우리와 다름을 이유로 행해지는 무분별한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인간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