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hun Choi Sep 24. 2020

#03 두바이(2): 이것은 놀이동산인가 사막투어인가?

[아빠와 함께 하는 두 딸의 여행기]

사막투어가 날라갔다

사막투어 (Desert Safari)의 픽업장소로 가기 위해서 두바이 쇼핑몰에서 나왔다. 역시 뜨겁고 숨이 막힌다. 픽업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와서 걸어가야 한다. 

좀 여유있게 도착해서 쇼핑몰을 조금 둘러보다가 금새 픽업장소인 정문으로 내려왔다. 미리 가서 기다리기 위해서다. 

기다리는 중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며 이상한 번호가 떴다. 미리 구입해 온 유심칩은 유럽용이어서 두바이에서는 임시로 한국통신사의 로밍을 켜두었었다. 갑자기 걸려온 이상한 전화에 받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혹시나 해서 받았는데 사막투어 직원인 것 같다. 

나는 전화영어가 가장 힘들다. 표정과 제스처가 없는 상황에서 전파를 타고 온 목소리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것이어서 전화영어는 늘 긴장된다. 익숙치 않은 억양의 영어가 들려온다. 몇 마디 주고 받다가 끊겼다.

"엥? 뭐지?"

뭔가 이상한 직감이 든다. 

하지만, 그 장소에는 사막투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직 시간도 충분히 남은 것 같아서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으며 기다렸다. 

그런데, 픽업하러 오는 가이드가 다 달랐다.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따로 찾아 온 가이드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리고 약속 시간이 벌써 넘어가고 있었다. 

'아뿔사!'

자기 손님인줄 알고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던 가이드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상황이 다 달라서 모른다고 기다려 보라고 했다.

'사막투어가 날라간 것인가?'

다시 그 가이드에게 내가 예약했던 여행사로 연락을 부탁했다. 그는 연락해본 후, 아마 소통이 잘 안되어 내가 예약한 여행사의 가이드는 그냥 지나간 것 같다고 알려주었는다. 이 투어는 한 장소에서 모여 다 같이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상 약속된 몇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가이드가 지나가면서 픽업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투어를 하는 사람들로 착각하고 마냥 편하게 기다리고 있었으니. 

당시 사막투어의 세 명 비용은 대략 한화 5만원 정도에 예약했다. 사막 위의 자동차 서핑인 듄베이싱, 낙타 라이딩 체험, 사막에서 저녁식사와 공연을 보는 코스였다. 돈도 아깝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날라갔다.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한 상태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당혹스럼과 실망감이 몰려온다. 

그 때, 옆에 있던 그 가이드가 제안을 한다. 자기 투어를 이용하라고. 1인당 5달러이고 세명이면 15달러에 해주겠단다. 

"정말? 15달러에 세 명 사막체험이 가능하다고? 듄베이싱도 하고, 낙타체험도 하고, 밥도 주고?"

그렇단다. 이 상황에서 붙잡을 만한 구조선이다. 다시 50달러를 내고 사막체험하기에는 앞으로의 여행일정을 고려하면 부담이 된다. 그런데, 15달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덥석 물었다. 

"OK"

그리고, 그 가이드를 따라 주차장으로 나가서 버스를 탔다.

사막투어를 하기 위해서 탄 버스
부푼 기대감과 함께 사막을 향해가는 버스 안에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런데, 이 난민버스 같은 분위지는 뭐지? 회사도 소속도 모르는 가이드를 따라 너무 저렴한 비용에 사기당한 것 아닌가? 

'너무 용감했나?'

여러 여행자들이 함께 있었고 위험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였지만, 이 가이드의 사막투어가 믿을 만한가에 대한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낀 버스에서 사막으로 향했다. 

사막 체험을 위해 가는 길에서 본 두바이의 사막



이런 재미는 처음이야

사막 중간을 뚫고 있는 도로를 통해서 한참 사막으로 들어가더니 가이드가 도착했다고 알려줬다. 버스에서 내려서 처음으로 밟아보는 사막으로 걸어서 조금 더 안 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사륜구동 SUV 여러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기는 아닌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3열로 된 SUV였는데 탈 수 있는만큼 꽉 채웠다. 우리는 3열에, 다른 가족은 2열에 탔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탄하게 달리기 시작하더니 곧 사막의 능선을 파도삼아서 타기 시작했다. 파도같은 사막 능선을 헤치며 달리는 SUV 안에서는 점점 기쁨과 놀람의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타고 있는 것처럼.

"와~" "어~" "아악" "하하"

동영상을 캠쳐해서 순간을 포착했다. 다 같이 소리 질러~!
듄베이싱 투어 중인 여러 차량들 창밖으로 보인다

듄베이싱 라이딩 시간은 짧지 않았다. 충분히 즐거워 할만큼 탔다. 그리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이 것만 해도 15달러가 아깝지 않았다. 물론 잃어버린 50달러는 여전히 아쉬웠지만. 


사막 한 가운데서 낙타타기

다시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해서 사막 중간의 한 캠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또 한번의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낙타타기 체험(Camel Riding)이다. 한번에 두 명씩 탈 수 있다. 물론 조련사가 안내해준다. 사막 한 가운데서 낙타타기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낙타가 앉으면 조련사의 가이드에 따라 타면 된다. 준비가 되면 낙타가 일어선다. 생각보다 높다. 그리고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크게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근처에서 한번 돌아오는 정도이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해지는 사막의 캠프에서의 만찬

시간이 지나서 해가 지기 시작했다. 캠프 주위를 둘러보다가 캠프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사막일몰, 쇼, BBQ 뷔페 식사가 있을 예정이다. BBQ 뷔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 

'제발 저녁식사가 기대보다 좋았으면 좋겠다.'

사회자의 안내가 시작되며 쇼가 시작되었다.

역시 쇼는 '춤'과 '불쇼'인가? 쇼는 볼만했다. 

드디어 쇼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한쪽에 자리잡은 천막의 뷔페테이블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와서 먹으면 된다. 식사는 기대이상이었다. 야채와 고기가 있었고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곳 문화에 맞는 음식 스타일이었고, 맛도 있었다. 충분히 배부르게 먹었다. 

'이 가격에 이런 일정과 식사라니? 완전 어메이징한데?'


다시 공항으로

시간이 되어 다시 역순으로 이동해서 공항으로 돌아왔다. 여행사에서 쇼핑몰까지 라이드를 해주었기에, 우리는 메트로를 타고 안전하게 공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두바이공항에는 샤워시설이 있어서 누구나 사용할 수가 있다. 하루종일 더운 모래 바람을 맞았던 터라 샤워가 필요했다. 더구나 밤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자야했기에 샤워는 필수였다. 갈아입을 옷과 샤워용품을 미리 가방에 따로 챙겨두었기에 어렵지 않게 샤워할 수 있었다. 다만, 두바이공항에 사람이 많아서 사람이 없는 틈을 기다렸다가 씻었다.

잠자기 편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서 카트에 발을 올리고 잠을 청하는 하연이
막내답게 상석을 잡았다. 긴의자에 발 받침대까지.

비행기 출발시간은 02시 30분이다. 자정이 넘어서 탑승을 해야 하고, 밤새 이동해야 하기에 오늘 밤도 편히 자긴 글렀다. 시간이 충분히 남았기에 아이들을 재웠다. 스탑오버로 두바이에 체류했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잠을 못 잔 상태다. 내일도 제대로 누워보지도 못하고 영국에서 계속 투어를 해야하니 틈틈히 쉬어야 한다. 좀 쉬자. 

그런데, 딸둘을 데리고 다니는 아빠는 맘 편히 눈 붙이기 힘들다. 그래도 잠시 옆에서 쉬어본다. 



두바이 여행을 마무리하며

2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의 두바이 여행이었지만, 한 마디로 평가하라고 하면 '대만족'이다. 두바이 하면 사막, 무슬림, 기름부자 등 나와는 거리는 있는 이미지였지만, 오늘 하루의 여행은 내게 두바이를 친근한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에게서 친절함과 여유가 묻어나왔고, 여느 관광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관계자들의 거짓말이나 필요이상의 요구를 받지 않았다. 

특히 사막체험은 두바이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잃어버린 50달러와 추가 15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듄베이싱, 낙타라이딩 체험, 캠프 쇼와 저녁식사, 라이드 등의 서비스와 체험을 생각해보면 비용이상의 이익을 본 느낌이다. 

도시에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 온 우리가 주위에 모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해 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생활와 문화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고요하고 평화로운 저녁을 선물받은 것 같다. 하연이와 서연이도 이 하루의 스케쥴을 잘 소화하고 즐겼던 하루였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두바이(1): 더워도 너무 더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