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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hun Choi Sep 28. 2020

#04 런던(1): 신사와 해리포터의 나라에 도착하다

[아빠와 함께 하는 두 딸의 여행기]

신사의 나라 vs. 해리포터의 나라?

2018년 8월 1일. 두바이에서 출발해서 7시간 35분 동안의 밤 비행 끝에 오전 7시에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나에게는 영국하면 신사, 셜록홈즈, 제임스본드, 프리미엄리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우리 하연이에게는 해리포터가 떠오른다. 하연이는 초등학교 3,4학년 때에 한참 해리포터 책을 즐겨읽었다. 뭐 하나에 꽂히면 그 하나만 고집하는 스타일인데, 해리포터가 그렇다. 


런던의 지하철 (Underground) 첫 승차

공항에서 크게 문제없이 입국절차를 밝은 우리 세 명은 예약한 숙소로 가기위해서 지하철(underground)역으로 왔다. 영국으로 올 때, 히드로 공항과 게트웍 공항 중에서 거리, 지하철 등을 고려해서 히드로 공항을 선택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예약한 숙소가 있는 해머스미스(Hammersmith)까지 지하철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으로 도보 포함 5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라 지하철역으로 가서 런던 교통권 중 하나인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했다. 매일 일정한 요금만 나가고 런던 내 1,2지역은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하연이는 청소년이이서 50%가격으로 카드 구입이 가능하고, 서연이는 만 10세이하이므로 무료이기에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런던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
작고 아담한 런던의 지하철 피카딜리 라인에서
런던지하철 피카딜리 라인. 하차 후 한 컷.

'지하철이 아담한데?'

런던에서 첫 승차한 지하철이다. 이렇게 작고 아담한 지하철은 처음일세. 

나는 뉴욕에서 늘 지하철을 이용했었기에 외국 지하철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다. 

'그래도 영국 지하철은 뉴욕보다 훨씬 낫네'

작고 낡긴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깨끗하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여있는 것이 좀 웃기기도 하고 정감이 있어보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들이 짐이 많으니 발 둘 틈이 없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짐과 먹는 것!!

예약한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Barons Court역에서 내렸다. 여기에서 12분을 걸어가면 된다.

물론 이 12분이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거리다. 왜냐하면 짐이 있으니까.

유럽여행에서 국가 간의 이동을 유레일만이 아닌 항공편을 겸해서 계획하다 보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짐이다. 

유럽 내의 국가 간의 항공이동편에는 저가항공들이 많다. 가격이 유레일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무료 수화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내용 짐 하나만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내용 캐리어를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삼푸나 액체가 있는 물건들은 크기와 전체 용량의 제한이 있어서 배분을 잘 해야만 했다. 

우리는 1인당 기내용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씩 준비했다. 대신 나는 기내용 캐리어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준비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박스를 준비했다. 영국에서의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 마트에서 컵밥과 같은 간편식과 식량을 따로 준비해서 박스에 넣은 것이다. 한국-영국 간의 항공에서는 화물 두개까지 가능했기에 영국에서의 식사 분량이다. 히드로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이동이 힘들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 백팩, 캐리어, 그리고 식량 박스를 들고 가야한다. 지하철 이용과 도보로.


 숙소찾아 삼만리?

Barons Court역에서 구글지도를 통해서 대략 걸어갈 길의 지도를 숙지했다. 손에 짐이 많아서 지도를 자주 못 볼 것 같아서도. 

'힘들겠지만 12분 정도면 해볼만 해.'

지하철역에서 숙소로 도보이동 중

나는 캐리어 위에 박스를 올려서 밀면서 이동했다. 그런데, 길이 고르지 못하다. 큰 사각 패널형으로 이어진 길로 이동하는데, 무거운 박스를 짊어지고 조그만한 바퀴로 움직이는 내 캐리어가 내가 운전하는대로 영 따라오지를 못한다. 

'길을 왜 이렇게 만든거야? 휴~'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보니 15분이 넘었다. 다시 휴대폰을 꺼내보니 조금만 더 가면된다.

그래서 힘을 내어 더 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중간에 호텔이나 인(Inn)을 보지를 못했다.

한참을 가다가 이상해서 다시 구글지도를 확인하니 한참 지났다. 

'아...'

그런데, 너무 힘들다. 혼자도 아니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 무거운 짐을 이렇게 끌고 가고 있으니. 

원래 예상은 1km 정도였는데, 2km이상을 더 걸은 듯하다. 

날씨도 덥고, 이틀은 제대로 못 자기도 하고, 짐도 많고. 

'힘들다. 버스타고 가자.'

그래서 돌아온 길을 되돌아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탔다. 

'첫 런던의 2층버스다'

지도상으로 숙소가 버스 정류장에 멀지 않은 곳이어서 버스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신중하게 지도를 계속 살피면서 찾아왔다. 

그리고, 찾았다. 

내가 예약한 곳은 호텔이나 인(Inn)이 아니었다. 

일종의 에어비앤비 같은 숙소였던 것이다. 호텔과 숙소를 소개하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예약했는데, 나는 숙소를 최대한 간판이 있는 곳으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익숙치 못한 문화였다. 미국에서는 호텔과 에어비앤비의 예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기에, 나는 의례 유럽도 비슷한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아무튼 내가 예약한 숙소는 호텔이나 인(Inn)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집 하나를 오픈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도 아니었다. 상가 위의 거주지에 여러 방을 공유하는식이었다. 

그런데, 문은 닫혀있다. 그리고 인터폰이 있는데, 뭘 눌러야 할 지 모르겠다. 층만 적혀있고 설명이 없다. 

'아, 이렇게 설명이 부족해서야'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는다. 

겨우 오너와 연락이 닿았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어서 오후에 오란다. 

나도 체크인 시간이 오후인 것은 알고 있었다. 호텔 같은 곳인줄 알고 짐만 맡겨두고 오후에 다시 와서 체크인 할려고 한 것이다. 

점심 이후에 런던 시내에서의 일정과 특별한 약속이 있는데, 이 짐을 다 들고 이동할 자신이 없다.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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