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클로버 꽃다발

by 시기화

나는 종이책보다 E북을 선호한다. 종이책도 종이책만의 장점이 있겠지만 E북은 무겁지 않은 책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구입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어서 맨발로 모래 속을 걷는 만큼 좋아한다. 물론 원하는 책이 목록에 없는 경우도 꽤 있지만 손쉽게. 적어도 십 분 안에 바로 집안에서 조각피자를 먹다가도 구입하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다. 또한 다운로드가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야말로 통장에 돈만 있으면 원하는 책을 바로사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종이책과 E북을 저울질해 보고 말하자면 서점의 냄새나 분위기. 알지 못했던 책을 발견하는 기쁨. 책을 서서 읽는 사람들의 표정을 못 보는 건 아쉽다고 말하겠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계속 유튜브를 보면 E북리더기에 대해 칭찬을 하는 영상들이 등장하며 자꾸 눌러달라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향기에 이끌리듯 그 영상을 보게 됐는데 다들 진즉에 살걸 왜 이제야 샀을까 후회한다며 안 살 수 없는 주문을 걸어댔다. 나는 그 이상한 주문에 빠져 결국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인터넷으로 새 제품을 구입하면 좋겠지만 사정상 아직 그럴만한 여유는 없기에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E북리더기를 검색해서 살만한 게 있나 확인했다. 생각보다 금세 발견했지만 어떤 선택이 필요했다.


그건 같은 모델인 2개의 E북리더기가 집 근처에서는 10만 원에 올라와있고 집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에서는 9만 원으로 올라와 있었다.


나는 우선 두 사람에게 다 연락을 해보았다. 답장이 빠른 건 집에서 거리가 있는 A 었다. A와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B에게도 마저 연락이 왔다. 그런데 말하면 할수록 집에서 거리가 있는 분 9만 원에 파는 A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이건 단순히 만원 더 싸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따뜻함이 묻어 나와서 거리가 멀더라도 A에게 구매를 해야겠다고 결정 내려서 B에게는 거절의사를 밝혔고 A에게 지금 버스 타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A는 알겠다고 하면서 내가 내리는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가 있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었다. 이분은 진짜구나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대화만으로 좋은 분이라는 게 느껴지는 게 오랜만이라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다.


운 좋게 버스정류장에선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금방 왔다. 버스를 탔다고 그에게 말하고 내릴 때 한 번 더 말한 뒤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서 BR종이 가방을 들고 뛰어오는 분이 보인다. 저분인걸 직감하고 인사를 나누고 E북리더기를 꺼내서 잘 켜지는지 검수하고 구입한다고 하자 대뜸 그가 이렇게 말한다.


"멀리서 오셨으니까 만원 깎아드릴게요."


처음에 나는 잘못 들은 줄 알고 재차 물었다. 네? 그래도 괜찮나요? 하고 말하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하며 계좌번호를 일러주었다. 나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고 그분은 마지막까지 버스 타는 곳을 가리키며 혹여라도 잘못 탈까 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헤어지고 나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데 그분에게 커다란 행운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게 그때 네 잎클로버 꽃다발이 있었다면 선물이에요. 하며 드리지 않았을까. 평상시에도 남을 위해 여러 가지 희생하며 살아왔을 그분에게 무한한 행운을 기원한다.


네 잎클로버 꽃다발은 못 드리지만 친절함에 따른 보상은 꼭 받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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