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 구운 마시멜로 달을 올린 아이스크림

by 시기화

살다 보면 먹는 것조차 귀찮아질 때가 있다.

대체로 나는 어떤 것에 대해 몰입을 하다 보면 먹는 게 하나의 수고스러운 일이 돼버리는데 배에서 음식을 넣으라고 신호를 울리면 그때 하는 행동은 최대한 물을 많이 마신다.


소위 말하는 물배 채우기는 급한 불을 끄는 용도로 은근히 좋다. 아닌 게 아니라 몇 시간은 공복느낌이 오지 않는다. 기분 탓인 게 거의 80%라고 볼 수 있지만. 물론 예외는 있다. 만약 물을 마셔도 해결되지 않는 공복감이라면 하던걸 멈추고 냉장고를 뒤적거려서 먹을 게 있는지 본다. 그래도 없으면 결국 라면을 끓여 먹는다. 사실 쌀은 항상 준비돼 있다. 문제는 밥을 하기 위해 움직일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교적 편하고 값싼 라면을 먹게 된다. 아마 엄마가 알면 기겁하지 않을까? 쌀도 있는데 라면 먹는 게 말이냐고.


안 믿겠지만 나도 처음부터 나무늘보가 친구 하자고 할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유튜브에 나오는 요리를 따라 만들거나 집 근처 채소가게에 들러 사 온 싱싱한 재료로 주방에서 정성 들여 만들어 먹은 적이 꽤 많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설거지. 그게 문제인 것이다. 혼자 살아보면 알겠지만 매끼 음식하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다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쉽지 않은 게 설거지와 뒷정리다. 다 힘들면 숨은 왜 쉬고 있나?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막상 음식을 배달시켜도 다 먹고 나서 젖은 종이 같은 기분도 싫다. 내가 몹시 까다로운가? 때가 되면 다시 요리를 해서 먹는 날이 오겠다만 아마 먹고 싶은 게 생기면 해 먹지 않을까 싶다. 근데 지금 먹고 싶은 건 태양에 구운 마시멜로랑 달을 올린 아이스크림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아마 요리를 하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엄청 바삭하고 엄청 우주맛이 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얼음 없이는 못 버티는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