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

9.

by 시기화

꿈풀이 아저씨가 말했다.

"처음 꾸었던 꿈 기억하나요?"

"물론이죠.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는 손바닥을 내쪽으로 가리키고 눈을 보고 미소 지으며 들어보자고 했다. 나는 그의 공책에 시선을 두고 오므리고 있던 입을 열었다.

"말하자면 눈 안에 무언가가 들어간 날. 그날에. 그날로부터 꿈이 시작되었죠. 꿈속에서 저는 운석처럼 빠르게 추락하여 바닷속에 떨어졌고 어떤 생물체가 되어있었죠. 그것은 은은한 빛이 내리쬐는 곳을 따라 헤엄쳤는데 느끼기로는 은하수를 걷는 것처럼 아름다웠어요. 저는 다른 곳도 가보고 싶어서 물속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허우적거렸지만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때 알았죠. 이건 꿈의 일부분이구나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뭘 할지. 또 어떤 것을 원하는지 지켜본 바로는 단순하더군요. 잠은 커다란 동굴 속에서 자고 때가 되면 바위에 묻은 찌꺼기나 뭉쳐 다니는 정어리떼를 먹고"

"그 뒤로 지금까지 그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다른 꿈을 꾼 적은..." 꿈풀이 아저씨가 숲 속에서 기묘한 발자국이라도 본 것처럼 내게 물었다. 그러고 나서 왼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엄지와 중지를 벌려서 이마 양쪽 끝을 누르며 마사지했다.

"없어요. 닳고 닳아서 늘어진 필름처럼 그것에 대한 꿈만 나오죠. 그래서 오게 된 거예요."

"몇 년 동안 비슷한 꿈을 꾸다가 왜 갑자기 궁금해 진건가요?" "딱히 큰 이유는 없어요. 문득 궁금했어요. 갑자기 당기는 다크 초콜릿처럼. 우연히 본 간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요."

" 일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말하자면 제 꿈풀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알겠지만 꿈을 해석하더라도 정확하게 추기는 어려워요. 어느 정도 가늠하거나 유추를 할 뿐이지요. 그런데 상담 중에 머릿속으로 영사기가 비추는 것처럼 특정 장면이 스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놓치지 않게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조합해서 하나로 연결시켜서 말하죠. 입 밖으로 나간 말이 맞았다면 얼마 안 가서 연락이 오거나 다른 분과 함께 방문해서 상담을 받죠. 입에서 입으로 여러 소문이 퍼지며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예요. 간혹 가다 간판을 보고 찾아오시는 분도 계시지만요. 그렇다고 쉽게 돈을 버는 건 아니에요. 꿈을 듣고 해석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정신력을 소모해요. 단순히 형태만 보면 안 돼요. 깊숙이 파고들고 껍데기를 벗겨내야 해요. 그래야 본질이 보이거든요. 아. 말이 다른 곳으로 샜네요. 전에도 말했듯이 당신은 꿈이 어떤 것과 연결되어있어요.

그 어떤 것이라는 건 저도 몰라요. 누군가 말했듯 잎에 살포시 앉아 쉬고 있는 나비의 꿈일지도요. 그 자체를 하나의 조각 또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예요. 혹시 꿈을 꾸고 기록한 적이 있나요?"

"아니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멋쩍게 말했다.

"꿈이라는 건 휘발성이 강해요. 금세 잊어버리죠. 물론 머릿속에서 오래 남는 꿈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기억은 하나둘씩 비늘을 떼어가서 공백을 만들거나 전혀 다른 형태로 재구성해놔요. 그래서 꿈풀이를 해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꿈에서 깨어나서 선명할 때 바로 적어두세요."

나는 꿈경계라는 말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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