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려동물 키우는 집이 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떠들어대지만 나도 체감이 되는 게. 얼마 없는 지인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지금은 키우고 있지 않지만.) 십여 년 전에 키운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요크셔테리어로 친척 누나가 집안 사정으로 맡긴 강아지였다. 그 요크셔테리어를 처음 본건 친척 누나의 집을 놀러 갔을 때였다. 그때 친척 누나는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하나는 흰색 털이 나는 푸들. 또 하나는 앞서 말한 요크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두 마리의 성격은 크게 상반됐다. 푸들은 나를 보며 흰 이빨을 드러냈고 요크셔는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곧잘 따랐다. 하지만 요크셔는 나이가 어려서 케이지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작고 귀여워서 좋았지만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요크셔보다 이빨을 드러내는 푸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푸들은 정말 쉽지 않은 아이였다. 손을 갖다 대려고 하면 으르렁 소리를 내며 자기를 보호했다. 그건 일종의 경고였겠지만 어릴 적 나는 강아지를 몹시 좋아했기에 빨리 쓰다듬고 싶어서 그 푸들의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됐고 사나운 그 아이를 어떻게든 만지려고 한 나의 지난날은 지금 생각해도 어리석지만 어쩌겠는가 초등학생인 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았고 더군다나 집에서는 절대 키울 수 없다고 어려서부터 듣고 자랐기 때문에 지금 눈앞에 있을 때 놓치지 말고 실컷 안고 있자는 마음이 앞섰는지도 모르겠다.
친척 누나는 내가 눈을 떼지 못하는 푸들을 가리키며 "얘는 사나우니까 만지지 말고 놔둬 저번에도 손님을 물어서 피가 났어." 하고 말했다. 그래도 내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 녀석의 주의를 맴돌자 친척 누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베란다로 나를 불러 "기다려봐." 하고 말한 뒤. 두 손으로 푸들을 안고서는 "자 내가 얘 입을 막고 있을 테니까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고 천천히 쓰다듬어봐." 하고 말했다. 그 푸들은 여전히 날카롭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나는 그 비밀스러운 의식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어렸어도 그런 말을 한다고 사납던 아이가 곧바로 마음을 열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말뜻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척 누나가 시키는 대로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 너를 해치지 않아. 너는 참 이뻐."라고 말한 뒤에 엉덩이 부분을 몇 번 쓰다듬자 으르렁대던 소리가 멈췄고 더 나아가 머리를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었다.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하늘에서 아기천사가 내려오는 그런 상서로움이 느껴졌다. 친척 누나는 "이만하면 됐지? 얘도 쉬게 놔두자." 하고 말했다. 그 뒤 내용은 흐릿해서 기억이 나질 않지만 결국 그 푸들은 몇 번의 만남 끝에 내가 만져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친밀해졌다.
하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게 흘러간다고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친척 누나의 집에서 두 마리의 반려견은 각각 흩어져 푸들은 다른 가정에 요크셔는 우리 가정으로 오게 됐다. 실은 나는 그 푸들이 더 좋았지만 이미 우리 집에 요크셔가 와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더군다나 키우고 싶었던 반려견이었으니 괜히 말했다가 부모님의 심기를 건들어서 한 마리도 못 키울 수 있기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가도 심심찮게 보이는 반려동물들. 그럴 때면 내 기억 속에서 피어오르는 그 두 녀석들은 천국에서 잘 놀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