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인지 낙서 인지 모를 글이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은
뭔가를 끄적거리는 시간이다
생각의 갈피를 잡고 쓰는 글이 아닌
생각 없이 그냥 써지는 대로 써 내려가는 글
동네 한 바퀴 바람 쏘이러 나가 듯
답답한 마음을 빈 노트에 풀어내는 시간
나의 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고독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채워지지 않는 또 다른 결핍으로 힘겨워하며
낯선 시간들을 뚜벅 뚜벅 살아가고 있다
묵은 일기장을 펼치고
그 시절 살아온 회한들로 허기를 채운다
이 공허한 시간을 채운다
쉬이 배부르지 않지만 그래도
초점 없는 눈에 생기가 돌고
돌덩이 같던 심장에 찌르르 전율이 인다
그렇게 또 한 페이지의 빈 노트를 채우고
큰 숨 한번 내쉬며 살아가는 거다
감사하며 살아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