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2. 운동장
[5화] 방향
차고 싶었다, 축구공을.
뻥 하고 차면
홀가분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차지 못했다.
지금은 아니니까.
그는 물끄러미 서 있었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거기에 계속 있다가는,
축구공을 정말 차버릴 것만 같았다.
⸻
축구공은 외치고 있었다.
“패스해! 어디다 차는 거야!”
무수한 외침들 속에서
그는 서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그곳은,
운동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림자만큼의 공간만을 점유하고 있었다.
⸻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찼던 공이었다.
그런데 지금,
공을 찰 수 없는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왜 공을 차지 못하지?”
단순히, 그냥 축구공일 뿐인데.
스스로를 계속 고민했다.
“아직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잖아.
어디다 차야 할지도 모르고.”
친구와 아빠와
어디서든, 어디에다든
공을 찼던 그였지만,
그는 어느새
방향이 정해져야만
공을 찰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끝내 자각하지 못한 채.
아니, 그저 변명으로 외면한 채.
그는
끝끝내
걸음을 다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