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근 '노출'로 핫한 영화를 보고 왔다. 단순히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먼저 써본다면, 노출은 생각만큼의 수위는 되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 접한 기사나 다양한 글들에서는 단순히 노출로만 이슈가 된 이 영화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들이 묻어나왔는데, 막상 관람을 해보니 충분히 그 소회가 공감이 되었다.
우선, 히든페이스를 보기 전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상업 영화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는 것도 있고, 노출이라는 소재를 마케팅으로 내세웠던 영화치고 영화 자체에 대해 만족했던 적은 그리 없었기 때문에 그냥 별 생각없이 보러 갔다.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단순히 노출로만 홍보되기에는 아까웠던. 비록 대사나 연기 등에서 조금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외에 전체적인 서사 흐름이나 캐릭터성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아래 글에서는 다량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스포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전체적인 서사
전체적인 서사는 약간의 스릴러? 추리극? 형식을 띄고 있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개념보다 각각의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 서사 형식을 띄는 것 같았다. 조여정의 실종과 함께 극은 전개가 되는데, 실종에 대한 각 등장인물들의 대응 방법은 매우 독특했다. 각각의 주된 욕망에 맞게 실종을 접하고, 단순히 실종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 실종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앞으로의 사건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각 인물은 실종 사건에 대응한다.
특히, 단순히 한 인물의 관점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관점이 중첩되며 사건은 전개되고, 등장인물들의 모든 캐릭터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러한 접근을 하지 않았나 싶다.
2. 각 캐릭터성의 부각
등장인물은 크게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박지영, 박성근 등 모든 캐릭터성이 살아난다. 특별히 주조연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아도 괜찮았을만한 영화였다.
송승헌 : 송승헌은 전형적인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였다. 송승헌의 주된 욕망은 '성공'. 단순히 경제적인 성공이 아닌 자신의 커리어적인 성공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인물이다. 분식집 아들내미가 한 악단의 지휘자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했을, 그런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과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 그럼에도 그 욕망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는 점. 이 부분들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송승헌의 연기는 조금 아쉬웠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중간한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감정이 억제된 인물로 보였는데,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어쩌면 보다 감정적인 인물로 비춰졌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송승헌의 캐릭터상, 부인인 조여정 앞에서도 감정이 억제되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박지현 앞에서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대사 전달이나 표정에서 붕 뜬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조여정 : 이 욕망극의 중심에 있는 그저 욕망 자체로 살아가는, 거기에 자신의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고 그 자체가 너무나도 당연한 금수저 중에 금수저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당당함, 그와 동시에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실종마저도 만들어내는, 거기에 남편과 노예의 배신마저 이용하는 그런 욕망 자체의 인물이다. 일단 조여정의 캐릭터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안하무인 수준의 인물로 표현된다. 하지만, 조여정은 단순한 인물이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과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할 수 있고, 사람들을 이용할 줄 아는 아주 지능적인 인물로 보인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감정마저 절제할 줄 아는 어쩌면 소시오패스적인 인물이지 않을까.
박지현 : 이 영화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으라면 단연 조여정과 박지현이다. 박지현의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이 캐릭터의 욕망은 단순하다. 복종과 순응,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결정해주는 인물을 따르는. 어쩌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중에 자신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복종하던 대상의 상실로 인해 방황하게 되고, 다시 새롭게 복종할 대상을 찾고, 다시 복종과 순응이 반복되는. 아주 수동적이면서 동시에 능동적인 인물이다.
특히, 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응?하는 느낌이 들었던 표현이기는 하지만 부하와 노예라는 표현이 아주 적합했던 그런 인물이다. 기존의 부하와 노예라는 개념의 등장인물이 있었을까? 표면적으로 순종하는 인물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반항까지 하되, 내면에는 순응과 복종을 위한 대상을 찾고 그 대상을 온전히 따르는. 어쩌면 종교에 과몰입한 인물로까지 대변될 수 있는, 그런 캐릭터였다. 신선했다. 복종과 순응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버릴 수 있는, 복종과 순응을 위해 그 대상에게 반항과 항거를 하는, 그런 캐릭터라니.
이외에 박지영 등도 온전히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온전히 캐릭터에 캐릭터를 위한 영화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중심에는 오로지 욕망이라는. 아주 단순한 메커니즘. 신선하고 매력적인 영화였다. 김대우 감독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도 기대될 정도로. 그리고 박지현 배우의 다음 작품은 어떤 캐릭터가 표현될지 궁금할 정도로.
개인적인 별점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