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삶의 생김새는 퍽 다양하다.
누군가는 오똑하고, 누군가는 흐리멍텅하다.
또 누군가는 잘 빚어놓은 백자같기도 하다.
빚어진 모양에 따라
그저 살기도 하고,
계속해서 빚어가기도 한다.
관상이니 뭐니 하는 것도,
결국은 그 생김새를 말하는 거겠지.
•
그런데 문제는
정작 우리는
‘내 삶의 생김새’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눈을 뜨고, 씻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느라,
‘내가 어떤 모양인지’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삶을 빚는다기보단
그냥 주어진 틀에 끼워 맞추며 사는 느낌.
이미 굳어진 흙덩어리를
누군가가 내 이름이라고 말하면
그게 그냥 내 모습인 줄 알고.
•
그러던 어느 밤,
그는 문득, 삶의 생김새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처음으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거울을 보며,
이게 나인가?
이 얼굴이, 이 말투가,
이 무게가 정말 나인가?
•
10대의 삶도, 20대의 삶도,
그리고 지금 30대의 삶도
그저 그랬다.
특별한 것도,
모난 것도 없이
그저 묵묵하게,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믿었다.
불행한 건 아니었다.
다만, 행복하지 않았을 뿐이다.
•
그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빚어온 적이 있던가.
그저 ‘주어진대로 살아온 삶’과
‘직접 손으로 빚은 삶’ 사이의 거리를
조금은 좁혀보고 싶어졌다.
그 막연함에 기댄 채
그는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길이 없지만,
그가 걸어갈수록 길이 만들어지는 곳.
기억이라는,
작고 낡은 전시관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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