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랭이 Sep 18. 2023

시민 합창단 입단 1년을 돌아보며

시민합창페스티벌에 두 번 참가해 보니


.축제의 계절 가을, 전국적으로 시민합창페스티벌이 한창 열리고 있다. 사실 합창이 그렇게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보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나도 작년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몰랐으니 말이다. 우리 시의 합창페스티벌이 개최되는 문화예술회관으로 가 보니 전시회도 한창이고 여러 문화 예술 공연 광고가 즐비하게 붙어 있다. 축제의 계절, 예술의 계절이라는 것이 실감 나게 한다.


올해로 n회째를 맞는 우리 지역의 합창페스티벌은 몇 년 전까지는 수상팀들을 뽑았으나, 3년 전부터 수상팀을 없앴다. 저마다 열심히 준비한 곡을 무대에 올라 뽐내고 오면 되는 것이다.


합창단 구성을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모두 아마추어로 구성되어 있는 합창단이 대부분인데, 최소한의 전공자 참가를 허용하고 있어, 아주 극소수로 용병을 뛰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팀은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옛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기도 해 이 부분은 어떻게 이해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작년에 처음으로 합창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면서 합창단원이 되었는데, 합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었다. 애초에 시민합창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몰랐다. 합창페스티벌을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단원들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합창 인구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궁금했다. 전공자도 아닌 분들이 합창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질까 하고 말이다. 도대체 합창의 매력은 무엇일까?




합창이 뭐길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 명이 부르는 것을 독창이라고 하고, 두 명 이상이 부르는 것을 합창이라고 한다. 다만, 인원이 아주 적을 경우는 중창이라고 하고, 최소 2 성부(예를 들어 소프라노, 알토)에서 최대 8 성부까지 이루어져,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을 합창이라고 한다. 14세기 미사가 도입되면서 교회음악의 하나로 발전되어 온 합창은 현재는 전문가, 비전문가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문화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합창의 매력 : 합창에 입문한 지 만 1년이 넘기며 느낀 나의 후기


합창을 하는 곳에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따뜻한 사람들이 말이다. 합창단 연습실에 들어서면 먼저 온 분들이 몇몇 앉아 있다. 싱긋 웃으며 밝게 인사를 나누고 나면 나도 그 자리에 앉게 된다. 뒤 이어 오는 분들께 나도 똑같이 인사한다. 생각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지휘자님과 반주자님이 도착하시고, 연습은 곧 시작된다. 사담이 많이 오가지 않고, 연습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새까맣게 끼어 있던 스트레스는 말끔히 지워지고 없어진다. 중간에 한 번 있는 간식타임 때 가볍게 안부를 묻고 떠들며, 방금 한 곡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다시 시작된 연습 후에는 각자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가 평온한 밤을 맞이한다.


음악을 굳이 찾아 듣지 않아도, 합창 시간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된다.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 있지만, 내가 불러야 하는 성부의 음들을 찾아 소리 나며, 내가 낸 소리와 섞인 옆사람의 소리와, 다른 성부에서 출발해 내 귀에 피드백된 소리를 섞어 들으면 마치 내가 아름다운 선율에 파묻혀 노랫가락에 섞여버린 경험을 하게 된다. 가끔 자리를 바꾸어 전혀 다른 성부의 사람이 바로 옆에서 소리를 예쁘게 내주면, 멋지게 듀엣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어쩔 때는 노랫말이 아름다워 심취하기도 한다. 절정을 치닫던 음들이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노래가 끝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가벼워진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살면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직장인은 평소 내가 하고 있는 업무나, 직장동료, 상사, 혹은 타인을 신경 쓰며 살아간다. 나 자신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신경을 쏟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끔 몸이 아프거나 할 때 정도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노래연습을 하지 않는 이상 가요를 그냥 부르게 되면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날그날의 감정이나, 노래실력 따위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러나 합창을 하게 되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냥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아~'라고 노래 부르면 될 것을 호흡을 끌어올려 적당한 타이밍에 성대를 지나가게 하고 성대를 접지를 통해 올라간 소리를 비강공명을 통해 울리게 한다던지, 어떤 부분에서는 비강의 뒷부분, 어떤 부분에서는 비강의 앞부분, 어떤 부분에서는 두성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가성으로 흘려보내던지 하면서 '진짜 소리'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평소에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던 음들을 횡격막의 움직임을 신경 쓰고 표정에 신경 쓰다 보면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내 몸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무대에 서보고 싶은 꿈을 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그냥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서는 무대에 서 볼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 역시도 학예회 말고는 크게 무대에 서 본 일이 없는데 예쁜 연미복을 입고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수직 상승하기도 한다.


나는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지 못한다. 다만 목소리가 있고 음이라도 짚을 수 있으니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으 가능하다. 이런 내가 혼자 무대에 서려면 아마 평생가도 기회가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이런 나도 합창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많은 취미활동들이 있다. 활동적인 것 부터해서 움직임이 적은 것.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부터 적게 모이는 것까지. 장르 또한 굉장히 다양하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취미생활을 할 것을 많이 권유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 본인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으로 하라고 말이다. 유행하는 것들도 좋고 유행이 지난 것도 좋다. 내가 하면 그것이 곧 유행이다.


내가 합창단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권유이기도했지만 작년 가을에 처음 참여한 합창페스티벌 때의 강렬한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이다. 급하게 요청을 받아 연습을 짧게 했지만, 연습을 할 때는 '아~ 어렵다... 언제 끝나나~'하는 생각이 솔직히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보니 가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게 이런 작품이 되다니'하고 말이다.


이후로도 나는 만 1년째 합창단에서 활동 중이고 지금은 모집ㆍ홍보 담당을 맡아 단원을 계속 모집하고 있다. 소방서에서 언론홍보를 잠시 담당했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홍보를 추진한 결과, 현재는 지금 단원의 절반 가까운 인원 모집에 성공해 나의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해 가는 중이다.



음악시간에 교실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한 번이라도 다들 불러보았을 것이다. 음악을 즐기지만 마땅히 취미활동을 찾을 수 없어 망설이고 있다면 지역사회에 많이 있는 합창단에 가입을 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나 역시 계속 합창단에 남아 '부캐'(부캐릭터의 준말)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못캐(못생긴 캐릭터의 준말)





작가의 이전글 글이 안 써질 땐 음악을 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