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건강 관리를 위해 헬스장이나 집 앞 공원에 나가 운동을 한다. 운동은 무거운 쇠를 들 수도 있고 걷기가 될 수도 있고, 또 달리기가 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나갈 수도 있다. 하는 운동의 종류에 따라 늘 함께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별도로 저장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현재 내가 하려고 하는 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하려는 운동을 할 때 '동기부여'를 강하게 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찾아낸다.
'달리기 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걸을 때 들으면 좋은 음악'
'헬스장에서 들으면 좋은 음악'
어떤 일을 할 때 음악을 듣는 행위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지 않기에 이런 키워드를 가진 콘텐츠들이 산더미 같이 넘쳐난다.
실제 '걸을 때 듣는 음악'을 틀고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 오르는 몸의 열기만큼 감성도 풍부해져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계속 걷는다.
자전거를 빠르게 타고 멀리 갈 때는 몇 시간 동안 들을 수 있는 경쾌한 음악을 틀면 나도 모르게 페달을 계속 저으며 주변 경치를 음악에 맞추어 해석하게 되기도 한다.
감성이 넘치다 못해 폭발해 버리던 학창 시절, 슬프거나 우울한 날이 있으면 늘 그에 맞는 발라드를 듣곤 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가슴이 벅차오르며 나의 솔직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것은 곧 위로였다.
며칠 전 글을 쓰기 위해 3번 방 책상에 앉았다. 아내는 내 옆에서 강의를 듣고 있었고, 나는 개의치 않고 노트북을 열었다. 그런데 도무지 첫 문장이 시작되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노트북이 새로 오고 나서 낯선 공간, 낯선 환경에서 쓰려고 하니 적응이 안 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가져다가 검색했다.
'글을 쓸 때 들으면 좋은 음악'
작은 이어폰을 통해 감성 폭발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30여 초 정도가 흐르자 이내 음악에 젖어들었고 나는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첫 문장 쓰기도 버겁던 내가 30분도 되지 않아 금방 글쓰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음악이 주는 동기부여의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도중 발견한 사실인데, 문장이 조금 다르게 인테리어 된 것이다. 딸아이의 시선을 빌려 쓰는 글인데, 어린아이 같이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 단순한 문장을 지향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듣는 음악이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감성폭발 음악이다 보니,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글이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