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면 좋은 점
얼마 전 짧은 사연을 써서 경품에 당첨되었다. 경품은 무려 노. 트. 북. 3800명이 뛰어든 응모전쟁에서 1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진심을 담아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따끈따끈한 노트북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노트북이 도착하던 날 아침부터 도착할 때까지 현관문을 열어두었다. 청소를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택배기사님이 오시면 바로 손에 딱 받고 싶어서 청소하다 말고 10분 간격으로 현관을 확인하며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친절하게 윈도까지 설치된 노트북을 켜보며 속으로지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나도 이제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 있구나 하하하하하' 아내와 컴퓨터 사용이 겹치지 않아도 되니 이제 그야말로 내 세상이었다.
하지만 노트북 옆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이 계속 내게 레이저를 쏘고 있었다.
"인간, 나를 잊었는가"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어찌 내가 너를 잊을 수 있겠냐며 항변했지만 스마트폰은 쉬이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입성한 이레 줄곧 스마트폰으로 글을 작성해 왔었다. 가끔 컴퓨터로 마무리하기는 했으나 스마트폰의 역할이 가장 컸다.
새로운 친구 노트북이 내 곁에 왔지만, 그동안 나의 펜이 되어준 스마트폰의 장점에 대해서 몇 가지 적어보며 다시금 스마트폰에게 감사할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장소의 제약이 없다.
자세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거북목을 만들어 양손을 공손히 모아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보면서 친구에게 카톡 하듯이 '다다다닥' 적어 나가면 웬만한 초안도 나오고, 글도 술술 써진다. 나는 지방에 살아서 지하철을 타지 않지만, 지하철이 있는 수도권 작가님들은 출퇴근 시간에 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
순간적인 생각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다.
생각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어떤 일을 겪거나, 보거나, 혹은 무엇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깨달은 것이 있어 머리가 띵하다가도 돌아서면 금방 잊는다. 사실 그러한 것들을 계속 잊지 않고 '의식'하고 있으면 아마 인간의 뇌는 터져버릴 것이다. 의미가 있든 의미가 없든 방금 떠오른 생각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대부분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아주 정말 필요할 때 그것들이 내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당연히 글을 쓸 때도 '날아가 없어져버릴' 생각들을 빠르게 잡아 메모해 둘 필요가 있는데, 이때 가장 유용한 것이 현재로서는 스마트폰이 최고이다. 펜을 들어 수첩에 메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없다면 스마트폰이 가장 좋다.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나중에 글을 쓰고 싶을 때 꺼내보면 아주 도움이 된다. 빠른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들이 워낙 많으니 이것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안 할 수 있다.
내가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하는데 많이 활용했다. 정확하게는 영상을 보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정주행을 하거나 구독한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영상을 보는 것이 꼭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정주행'과 같이 드라마 따위를 몰아서 보게 되면 다른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sns를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참 다양하다. 나는 생산성과 비생산성을 항상 따지는 편인데, 드라마 정주행도 가끔 머리를 식힐 때 하고 싶지만,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때가 가장 즐겁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후부터 실제로 나의 영상시청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고 나의 아내가 옆에서 증언한 바 있다.
노트북을 받고 며칠 동안 카페나 도서관에서 멋지게 글 쓰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 시간을 내기란 참 쉽지 않은 법. 스마트폰으로도 계속 많이 써나가보려고 한다.
며칠 동안 삐져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위해서 필름도 갈아주고, 케이스도 좀 갈아주고 하며 달래줘야겠다. 그런데...
약정이 언제 까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