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강사가 바라본 대전 공장화재

반복되는 대형 인명, 재산피해 어떻게 막을 수 있나

by 키랭이

지난 20일 대전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언론은 연일 사고소식을 전하며 화재원인을 추측하고, 불법사항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과 염려, 걱정과 미안함 속에 일상을 살아간다.


소방안전강사 활동을 수년 째 해오고 있는 나는 전국적인 이슈인 사고가 터지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교안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다. 민감한 내용은 배제하고 생각도 최대한 배제한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시사점을 만들 어낸다.


자료를 만들고 있자면, 즐겁지만은 않다. 사상자들과 유가족들의 스토리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 동료, 가족처럼 너무도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몇 번의 눈물을 훔치고, 몇 번의 애도를 하다 보면 분노가 차 오르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나는 자료를 만들 때 늘 속으로 명복을 빈다. 특별히 언제 시작했다고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명과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나름 대로의 의식을 하는 것이다.


의식을 마치고 눈을 뜨는 순간, 분노는 서서히 가라앉고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제부터, 남은 자들의 시간이다...



불이 나면 대피먼저?


119라는 번호가 도입되고 "불나면 119"를 홍보해 오다 약 10여 년 전 "불나면 대피먼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나는 여기에 더해


불나기 전 대피훈련


불나기 전 대피훈련을 강조하고 싶다. 훈련이라는 것이 거창할 것 없다. 어렵지도 않다. 모든 건물에서, 모든 상황에서 대처하는 연습을 할 필요는 없다. 원칙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자주, 주로 있는 장소부터 대피경로를 떠올려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디에 가장 많이 머무는가? 학생은 교실, 직장인은 사무실 혹은 작업실, 자영업자는 사업장, 주부는 주택 등이 있다.


이제 어디서 불이 날 것 같은지 떠올려보자. 불을 사용하는 곳, 열이 많이 발생하는 곳, 전기시설, 전자기기, 배터리가 있는 곳, 이렇게 좁혀가다 보면 취약지점이 보인다.


자, 불이 났다.


뭐부터 하겠는가?


초기화재, 즉 "아, 이건 내가 끌 수 있겠는데? 싶은 손바닥만 한 화재는 소화기나 소화수, 주방화재면 가스차단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건물이 큰 사업장은 대피 경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늘 내가 머무는 곳에서 어디로 빠져나갈지 2개 방법 이상 숙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보통 소규모 건축물은 1개 방향, 대규모 건축물은 2개 방향 이상의 비상구가 설치된다.


앞서 모 공장 화재에서도 비상탈출이 가능한 방향이 5군데 정도 되었지만 빠른 대피를 하지 못한 바 있다.




화재는 언제든지 발생한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그래도 발생한다면, 최선의 대피가 최고의 인명피해 예방법이 아닌가 싶다.


이번 대전 공장 화재의 원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밝혀낼 것이다.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관련법령이 개정되고, 유가족들은 긴 슬픔의 시간을 지나갈 것이다.


또다시 반복되는 이러한 흐름 속에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공무원은 불법을 감싸지 아니하고, 사업주는 안전 비용 지출을 아껴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각자 자신의 안전확보 후에 본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부디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고인되신 분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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