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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Aug 22. 2023

키즈카페에 갈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매일 아침은 언제나 특별해


조금 시원해지나 싶더니 다시 덥다. 열대야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젯밤 너무 꿉꿉해 자다가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10분에서 50분 간격으로 계속 깨는 탓에 아버지도 잠 못자고 내 방에 계속 들어오셨다. 모임이 끝나고 조금 늦는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일찍 들어오셨나 보다.


새벽 5시... 또 깨버렸다. 24시간 근무를 서로 가야하는 아버지가 힘드셨는지 어머니를 대신 내게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분리수면을 하고 있어 따로 자는데, 악몽을 꾸거나 몸이 불편할 때 꼭 아버지나 어머니를 찾곤 했다.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다.


아버지는 오늘 내 덕분에 늦잠을 주무신 것 같다. 어머니께 아버지가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 벌써 회사로 나가셨다고 한다. 그럼 밥이라도 줄 수 있는지 싶어 "밥빠 밥빠"라고 하니, 금방 차려주시겠단다.


맛있는 것들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아직은 먹던 음식만 먹힌다. 새로운 음식은 왠지 낯설고 두려운 마음도 든다. 차츰 나아지겠지.



내가 요즘 제일 싫어하는 바지 입는 시간이 왔다. 이상하게 웃옷을 입으면 바지가 입기 싫고, 바지부터 입으면 웃옷이 입기 싫다. 왜 이러는지 나도 도통 모르겠다.


예전에는 떼만 쓰면 다 되었는데, 요즘 단어를 몇 개 배웠다. '써볼까?'


"시더~  시더~, 안 갈꺼야 안 갈꺼야~ 안 해~  안 해~"


'됐나? 이정도면 내가 아는 단어가 다 나온 것 같은데?'


바지를 입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도 바지가 입혀지고 말았다.


이제 양말 차례다. 재빠르게 도망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사실 어제 계속 잠을 못 잔 탓에 피곤하기도 하다. '오늘 딱 하루만 쉬면 좋을 텐데...'라고 잠시 생각하는 순간, 양말 신겨져 있다.


나의 패배다.

아직은 어머니를 이길 수 있는 방법 없다.


어머니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어린이집에 가면 꾸벅꾸벅 졸아야지' 그런데 갑자기 이게 웬걸. 버스를 타라는 것이 아닌가.


 '오늘 어디 가기로 했나?'





'아! 키즈카페!'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착했다. 광복절 때 아버지 어머니와 키즈카페에 다녀왔는데, 첫 돌 무렵에 한번 가보고 처음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신나는 기억만 가득했는데, 이틀 만에 다시 오다니! 떨리는 심장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왜 아까 안 간다고 떼를 썼을까... 키즈카페 가는 날이면 진즉이 말해주지!(아 말했었나...)'

트램펄린이며, 볼풀 공, 귀여운 동물까지, 어디서부터 놀아야 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요즘 아기상어에 푹 빠져 있는데, 공들도 온통 아기(상어) 색깔뿐이다.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다. 열심히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놀아주신 선생님들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다.


오늘 집에 가면 어머니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아직 발음은 잘 안 되지만 옹알옹알하다 보면 알아들으시겠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오늘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인생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단 하루', 오늘이라는 시간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내가 아직 엄마 뱃 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지금 네가 먹지 않은 아침 이 한 끼는 앞으로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소중한 단 한 끼"라고.


때로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그 하기 싫은 것을 해낼 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아침을 두려워 말자. 아침은 '나의 새로운 하루'가 또 시작되었음이리라.




사랑하는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쭈욱 펴고 네가 가진 따뜻한 미소를 하늘을 향해 날려봐. 평범할 것만 같았던 오늘이 특별한 오늘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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