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랭이 Aug 29. 2023

인생 22개월 차, 2 어절로 말합니다.

말하는 게 재밌어요

우리 가족은 아파트에 산다. 여름이면 차가 달궈져서 아빠 엄마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신다. 오늘도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갑자기 엄마가 질문을 던졌다.


"달콩아 엄마 차(a car) 어디 있어?"


예전에는 어리둥절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는 게 나의 시그니처였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나도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


'음하하하하하하'


엄마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멈머차차(완벽하다!!! 음하하하)"


엄마가 눈을 크게 뜨며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놀란 게 틀림없었다.





"달콩아, 멈머차차가 무슨 말이야~아?"


"(???)멈머차차..." 


"오잉??"


'뭐지... 고요 속의 외침인가? 엄마가 게임을 하려는 게 분명하다!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나와 놀고 싶은 거겠지! 한 번 더 말해보자'


"멈머차짜"





"아~! '엄마 차 찾자'야?"


온 힘을 다해 대답했다. "응!!!"

엄마는 장난꾸러기다 '히히'



요즘 줄임말도 조금 익혔다. 아빠 엄마도 MZ세대라 그런지 말 줄이는 놀이를 많이 했다. 가끔 아빠가 말 줄임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엄마가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그러면 엄마는 아빠에게 "별 걸 다 줄여~"라며 웃곤 한다.


나도 그런 일이 종종 있는데, 얼마 전에는 "빵꾸"라고 하니까 엄마가 대뜸 "방구 뀌었어? 달콩아?" 하는 것이 아닌가! '하... 어머니... 소녀... 딸이옵니다...'


나는 '빵을 구울 거야'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장난치는 것 같다.



아빠도 짓궂게 장난친다. 샤워하고 나와서 보습을 위해 크림을 바르려고, 아빠한테 "킴, 킴" 이러니까 아빠는 "김 먹고 싶었구나 달콩이~" 이러면서 "아빠가 크림 바르고 김 줄게~" 참 자상한 아버지다. 크림 발라 달라니까 생각지도 못한 김을 주신단다.


하지만 가끔 답답할 때도 있다. 어린이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파트, 파트"

"응, 아파트지~"아빠가 대답했다.

"파트~ 파트~"

"응~ 달콩아 우린 아파트에 살.."

"파트, 파트, 파트~~~~!"

"맞아 ~ 우와~ 우리 달콩이 아파트도 아네~"

"파트, 파트, 파트~~!!!!!!!!!!!!!!!!!!!!!!"

"그래 달콩아 아파트 다 왔어  하하하하"


.

.

.

.

.

'아부지... 마트 가고 싶다는 뜻이 옵니다...'




모르는 척하는 아빠 엄마랑 놀아주는 게 가끔 피곤할 때도 있는데, 절대 싫지만은 않다. 딱딱해진 아빠의 어깨와 힘이 들어간 목을 보면, 조물조물 풀어드리고 싶다. 눈을 비비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나를 토닥토닥 재워주는 엄마를 보면 깨어있는 동안에라도 웃게 해드리고 싶다.


말하기 연습도 많이 해서 아빠 엄마한테 궁금했던 것도 실컷 물어보고, 하고 싶었던 말도 실컷 하고 싶다. 아직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언제나처럼 웃어주는 아빠 엄마가 좋다.




사랑하는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말은 듣는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좋은 말과, 상처를 주는 나쁜 말이 있단다. 그리고 말의 온도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 온도와 같단다. 아빠는 네가 항상 지혜롭고 선한 말을 할 수 있도록 예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혹시! 네가 상처를 받게 되어 마음 온도가 떨어지게 된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줄래? 그럼 아빠가 바로 상처를 꿰매어 줄게.



아빠의 공간

달콩이가 22개월 즈음되니 2 어절로 말하는 2 어절 인간이 되었다. 앞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뒤에 하고 싶은 단어를 말하는 것을 가장 많이 한다.


'달콩이 밥빠'

'달콩이 가방'

'달콩이 넨네'

'달콩이 우유'


단어도 많이 늘었다. 정말 육아선배들 말씀 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자고 일어 나면 발음이 뚜렷해진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물이 있으면 항상 '응? 응?' 하며 손으로 가리키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많이 보아 알던 사물도 다시 가르쳐 준다. 항상 말 끝에 단어를 덧 붙여 말해주는데, 어쩔 때는 내가 말하기 교육 AI가 된 것 같기도 해 재미있다.


"아~ 달콩아 그건 밴드라고 해. '밴~드', '밴~드'" 꼭 이렇게 두 번 반복해 준다. 그러면 "밴~드" 하면서 따라 해보고 다른 사물에 눈을 돌린다.


얼마 전부터 "숑기~" "엉니~"라고 하는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달콩이가 하는 단어 중에 명탐정 아빠엄마도 해결 못한 미제사건들이 꽤 있는데, 그중에 하나다.


해결 못한 단어들이 있으면 그 단어를 사용할 때! 딱 그때! 행동을 관찰했다가 아내와 의논(?)한다. 사건의 실마리는 늘 가까운 곳, '현장'에 있는 법.


그 결과 '엉니'는 '엉덩이', '숑기~'는 숨는 행위를 일컫는 말임을 알아냈다.


아이만 할 수 있고, 우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어 재밌다. 그리고 그 단어가 정확한 단어로 만들어질 때 성취감마저 느껴진다.


아빠 엄마와의 언어소통을 준비하고 있는 달콩이가 말을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줘야겠다.



'아... 그리고 달콩아, 모든 지하주차장이 마트 주차장은 아니란다... 마트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키즈카페에 갈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