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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뫈 Jan 28. 2022

<피버 피치>, 우리는 스포츠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영화 <피버 피치> 中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응원하는 팀, 또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보통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빠지게 되는 경로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단지 부모님이 응원하는 팀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을 수도, 혹은 경기장에 방문했을 때 선수가 보낸 팬서비스로 인해 그 선수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단순하다. 초등학생 시절 매주 월요일의 주요 일과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EPL을 보면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라는 선수의 플레이에 빠져들었고, 자연스럽게 파브레가스의 소속팀인 아스날을 좋아하게 됐다. 이후는 다양한 리그의 다양한 팀들, 그리고 여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점점 더 축구에 빠졌다.


<피버 피치>의 주인공이자 책의 저자인 닉 혼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의 축구팀인 아스날의 열성적인 팬이다. 그도 아버지를 따라 간 자신의 첫 직관을 경험한 구장이 당시 아스날의 경기장이었던 하이버리(Highbury)였다는 이유로 아스날의 팬이 되었다. 정말 단순한 이유다.


하지만 사소한 계기는 그의 인생을 바꿨다. 말 그대로 축구와 '사랑에 빠진' 닉 혼비는 그 이후로 축구를 자신의 삶 한가운데 두며 축구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그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내용 중 그는 친구들의 결혼식이 아스날의 홈경기와 겹친다면 결혼식에 불참했고, 친척들은 그를 배려해 아스날의 홈경기 일정을 고려해 약속을 잡았다. 닉 혼비의 삶은 아스날의 일정에 철저하게 맞춰져 있었다. 만약에라도 경기를 놓치는 날에는 피치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절망을 느끼기도 했다. 강박증을 만들 정도로 아스날은 그에게 있어 전부였다.


강박증에 갇혀 사는듯한 닉 혼비의 삶은 고달파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그러한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에게 있어 한 해의 시작은 축구가 개막하는 8월이고, 그 해는 시즌이 종료되는 5월에 함께 끝난다. 비시즌 기간에도 그는 이전 경기들을 녹화해 둔 영상들을 돌려보며 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시즌 중에는 매주 주말이면 경기장에 찾아가고, 주중에 경기가 있으면 미리 시간을 비워둔다. 경기장에 갈때마다 90여분 동안은 마치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 시간을 보낸다. 모든 인생이 축구에 맞춰져 있는 듯 살지만, 축구가 그의 삶의 일부라기 보다 그의 삶이 축구의 일부라는 듯이 살아간다. 대단한 열정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영화 <피버 피치> 中

나도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주중 새벽에 열리는 경기는 잘 보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꼭 챙겨본다. 중학생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축구계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일하고 싶었고, 최근에 겨우 발을 내딛었다. 나도 내 인생에서 축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버 피치>의 닉 혼비는 내가 과연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했다. '앞으로의 나는 과연 축구를 내 삶의 곁이 아닌 안에 둘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책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단지 내가 아스날의 팬이라서, 그리고 책의 저자도 아스날의 팬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피버 피치>를 읽으며 이 책은 단지 한 팀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축구, 그리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학교에 찾아가 교수님을 뵙고 함께 식사를 했다. 난 교수님께 스포츠마다 어떤 팀을 좋아하시는지 여쭈었고, 교수님도 나에게 물어보셨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요즘 세상에 응원하는 스포츠 팀도 없으면 삶이 너무 팍팍하다."라고 하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종목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의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 만약 아직도 좋아하는 팀이나 스포츠가 없다면 어떤 스포츠든 한 번쯤 경기장에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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