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미르스타디움 취재기
수원 삼성이 용인미르스타디움 시대를 맞았다.
수원은 지난 12일 FC안양과의 홈 경기를 시작으로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홈 경기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가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시즌 도중이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지반 교체 공사에 들어가면서 수원에서 용인으로 안방을 옮겼다.
수원 변성환 감독은 빅버드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던 충북청주FC와의 경기에서 원정 경기조차 홈 경기처럼 만들어주는 팬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홈을 이전하더라도 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만 홈 경기지,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수원 입장에서도 중립 구장이나 다름없다. 여름 휴식기 동안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장에 적응했다고는 하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걸 따라가기는 힘들다. 또한 수원의 장점 중 하나는 서포터즈들의 열렬한 응원인데, 응원석과 경기장 사이에 육상 트랙이 있는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는 이런 응원의 힘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었다.
수원이 이번 시즌 승격을 바라보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됐다. 3년째 수원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수원의 용인 시대 개막을 보기 위해 12일 직접 용인미르스타디움을 찾았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세상의 끝에 있는 것 같았다.
경기 2시간 전 도착을 생각하고 초행길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기 4시간 15분 전에 출발했다. 버스와 지하철이라는 선택지 중 내 선택은 지하철이었다.
처음 타보는 에버라인(롯데월드 모노레일처럼 생긴 줄은 몰랐다)을 포함해 두 번의 환승을 거쳐 한 시간 반 정도 지하철을 탄 뒤 삼가역에서 내렸다. 35도의 무더위에 15분 이상 걸을 용기가 없었던 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경기장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미디어 출입구가 바로 앞에 보이는 건 아니었다. 경기장 앞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안내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디어 출입구로 가는 길을 묻고 또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이 모두 달랐다. 결국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수원 팬들과 안양 팬들을 모두 보고 나서야 미디어 출입구가 주차장 근처에 있다는 걸 알았다.
기자실에 들어갔을 때 이미 나는 땀범벅이었다. 주변에서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미니 선풍기를 빌려 땀을 식히면서 숨을 돌렸다. '야구도 폭염 취소가 되는 날씨인데 왜 축구는 폭염 취소가 없는 걸까'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감독들의 사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취재석으로 올라가자 다시 땀구멍이 열리기 시작했다. 용인미르스타디움은 벽이 높고 벽 사이에 구멍이 없는 탓에 바람이 불지 않고, 경기장에 바람이 도는 일도 없었다. 습식 사우나에서 보낸 전반전 45분은 내가 올해 겪은 최악의 45분이었다.
사람이 어려운 환경에 놓이면 남 탓을 먼저 하기 마련이다. 프로님을 바라보면서 왜 시원한 물이 없나요, 왜 미니 선풍기가 없나요, 왜 주변에 차가운 아이스 커피를 살 만한 카페가 없나요...라는 생각을 속으로만 하면서 선발 명단이 인쇄된 종이로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버텼다.
구단에 정말 미안하지만 8월에는 도저히 홈 경기 취재를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멀고, 너무 덥다. 너무라는 말로 내가 느낀 것들을 전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덥고 멀었다. 저녁 7시 30분 경기였기 때문에 선배가 죽전역까지 차로 태워주지 않았다면 집에 제대로 갔을지도 의문이다.
환경의 변화는 수원이 아닌 내가 겪었다. 정작 수원은 선두 안양을 상대로 2-1, 그것도 후반 추가시간이 되어서야 한 골을 허용하고 이겼다. 이번 시즌 K리그2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는 안양을 상대로 맞불을 놓는 것보다 선수비 후역습으로 효과를 본 전략적인 선택도 좋았다. 수원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여전했다. 그렇게 수원은 10경기 무패를 달성했다.
일정 상 8월의 마지막 홈 경기인 전남 드래곤즈전은 못 가게 됐다. 내가 용인을 다녀온 뒤 요청한 건 절대 아니고, 근무 스케줄 때문이다. 아마 A매치 휴식기 이후 9월 중순 천안시티FC와의 경기 때 가게 될 것 같다. 9월이 된다고 용인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8월의 폭염이라도 없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