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온 거 맞지?
'축구기자와 야구기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야?'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현장 근무 환경의 차이를 답할 것이다.
야구기자는 (내가 알기로는) 경기장에 가면 야구 경기가 보이는 실내에서 일한다. 축구기자는 (내가 경험한 대로라면) 관중석과 멀지 않은, 심지어 관중 바로 옆자리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구장은 없을 거다.
야구기자들은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추울 때 따듯한 곳에서 일하는 반면 축구기자는 그날의 날씨를 온전히 느끼면서 일을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경기가 주 6일, 심지어 더블헤더(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것)가 있는 날은 물론 웬만한 매치데이마다 경기장에 하루종일 있어야 하는 야구기자들의 고충도 있겠지만, 올여름 더위를 생각하면 이번만큼은 축구기자가 더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취재석의 시간, 정확히 말하자면 계절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추울 때는 더 춥고, 더울 때는 배로 더운 곳이 바로 취재석이다. 4월에도 패딩을 입는 사람들, 10월까지 반팔을 입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내 얘기다.
특히 올해 여름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더웠다. 경기장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고, 경기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취재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지난달 12일 수원 삼성과 FC안양의 지지대 더비를 취재하기 위해 용인미르스타디움에 갔던 게 기억 난다. 날은 무척 더웠고 용인은 너무 멀었다. 용인미르스타디움은 유독 교통편이 좋지 않은 위치에 있는 데다, 경기장도 익숙하지 않아서 미디어 게이트를 찾기 위해 경기장을 한참 도느라 땀을 쏟아냈다. 린넨 셔츠를 입고 갔는데, 기자실에 들어가자마자 다들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건 1차전에 불과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용인미르스타디움 취재석에 올라갔는데 이렇게 더울 수가 없었다. 경기장 뒤편이 막혀 있어서 바람이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경사진 계단도 꽤 올라가야 해서 이미 땀이 흐르고 있었는데, 바람이 전혀 불지 않으니 땀 배출에 속도가 붙었다. 웃긴 표현이지만 정말 그랬다. 수분이 너무 빠져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이렇듯 원래도 몸에 열이 많은 나에게 여름 현장 취재는 정말 최악이었다. 나는 내가 누구보다 9월을 기다렸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듯이 올해 9월은 가을이 아니었다. 처서가 지나고, 입추가 지나도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나도 내가 9월 중순까지 에어컨을 틀고 지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뉴스의 표현을 빌려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현장에서도 이 더위가 가셨다고 느낀 건 지난 22일 성남FC와 수원 삼성의 경기였다. 탄천종합운동장에 가는 길은 햇빛 때문에 조금 더웠지만, 그늘만 밟으면 괜찮았다. 취재석도 바람이 부니 시원했다. 경기가 끝날 즈음에는 약간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그런데 아직 가을이 온 건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낮 기온은 27,8도를 웃돈다. 체감기온은 더 높을 때도 있다. 여름처럼 습하지는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괜찮지만 밤이 되어야 그나마 시원하다고 느껴진다. 당장 3일 뒤 10월인데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확실히 경기장에 가기 좋은 날씨가 됐다는 거다.
아쉽지만 가을이 온다는 건 축구가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리그는 내달 6일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파이널A와 B는 이미 확정돼서 지금 순위표대로 파이널 라운드에 접어든다. 이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시즌 말만 되면 매번 아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