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싱가포르에서 배운 영어, 잉글리쉬? 싱글리쉬?

Ok lah~~ 오켈라~

by KII K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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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싱가포르에 대한 사전 지식을 습득했고, 무엇보다 싱가포르인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싱가포르 영어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에서 싱가포르를 갔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인구의 약 70% 정도가 중국계 사람들로 중국어 억양이나 발음들이 섞인 것을 싱가포르식 영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말레이시아어까지 섞여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 말레이시아계, 그리고 인도 남부지역의 타밀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 싱가포르 정부는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서 사용을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1인 2개 국어 정책으로 각자의 모국어인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타밀어 등을 필수로 선택해서 배운다. 아무래도 중국계 인구가 많이 차지를 하다 보니 싱가포르는 공용어인 영어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중국어가 혼용되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레이시아어와 타밀어도 모두 모국어로서 사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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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어로 사용이 되는 영어는 이 모든 언어들이 짬뽕이 되어 있다. 중국어의 경우, 교육기관에서는 중국 표준어를 가르치지만, 싱가포르에 정착한 중국계 사람들은 중국의 남방지역 출신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타이완과 인접한 복건성 (푸젠성)으로 이쪽 언어인 호키엔이 있으며,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인접 지역인 광동성의 조주시 (차우저우)의 티오추가 있다. 호키엔과 티오추는 싱가포르 중국계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사용하는 언어이다. 두 언어 간의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호키엔이 좀 말투가 거칠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충청도, 전라도 정도??


그 외에도 해남도 (하이난) 출신들의 하이나니즈, 광동성 출신의 캔토니즈, 중국의 유대인이라고 불리는 지역을 거점으로 두지 않고 있는 객가인들이 사용하는 하카어 등등 조그마한 싱가포르에 정착해 있는 중국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중국 방언만 해도 수십 가지이다.


보통 북경을 기준으로 사용되는 만다린이 표준어로 그냥 홍콩 쪽에서 사용되는 광동어 정도가 둘 사이에 통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표준어 사용자와 하이난 출신과도 말이 안 통한다. 호키엔어도 안 통한다. 호키엔어와 하이난어도 안 통한다. 이건 지역 사투리 정도가 아닌, 다른 언어 같다. 그나마 호키엔과 티오추는 서로 통한다고 한다.


이런 내막을 내가 잘 아는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를 하겠지만,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이 (아내), 이런 환경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영어, 중국 표준어, 티오추, 호키엔,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광동어에 유창하다. 이들 언어는 배워서 된 게 아니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이 된 언어로 그냥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영어를 희한한 게 한다. 일단, 간단한 영어 표현을 주로 쓴다. 물론 정식으로 초중고,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젊은 사람들은 영어 사용을 자유롭게 잘 하지만, 노년층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모국어 위주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영어가 서툴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타면, 요즘은 그렙으로 호출을 해서 별로 택시 기사들과 대화를 할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항상 택시를 잡으면 나의 목적지를 설명해야 했다. 택시기사는 항상 'Go, where?' 라고 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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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사람들은 무뚝뚝하다. 영국, 미국에서는 가게를 가거나 슈퍼마켓 등에서 결제를 하거나 할 때, 점원들이 '굳이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싶을 정도로 인사가 길다. 예를 들어, 'Good morning! It's such a lovely day today. What can I help you with?' 이런 식이다.


한 번은 런던에 갔는데,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옷가게에 들렀고, 계산을 할 때, 점원이 샬라 샬라 하고 인사를 길게 하는 것이었다. 눈이 반쯤 감겨있던 나는 뭐 물어본 줄 알고, 'Pardon me?'하고 되물으니, 그 점원이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던 게 기억이 난다.


반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그런 것 없다. 어떤 때는 '이 사람이 나랑 싸우고 싶은 건가?' 할 정도의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게 나는 싱가포르에서 영어 학원에 등록을 했다.


처음 반이 배정되고 나의 선생님은 캐나다 사람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제일 저렴한 학원을 골라서 갔기 때문에, 사실 누가 가르쳐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중년의 캐나다 출신의 여자 선생님에게 친절하게 영어를 배웠고, 이후 새로운 반에서는 중년의 싱가포르인 여자 선생님에게 정통 싱글리쉬를 배웠다.


좀 배웠다는 싱가포르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자신들이 정통 영국 영어를 쓰는 줄 안다.' 마치 경상도 억양으로 '나~는, 서울 사~람~ 입~니다.'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평소에는 나름 영국식 영어를 쓰려고 노력을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갑자기 흥분을 하면 'Aiya~', 'So jialat!', 'Don't talk cock lah', 'Whatever lah' 등 괴상한 표현이 대방출된다. 그래도 나름 나의 두서없던 영어가 싱가포르에서 학원을 다니면서 많이 늘었다.


다음 편에서는 내가 만난 싱가포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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