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내가 만난 싱가포르 사람들

강약약강..

by KII K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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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랐다. 50에 가까운 나이로 어린 시절에는 시골뿐 아니라 서울사람들도 그리 외국어를 잘할 기회는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나는 시골에서 살면서 꿈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냥 내가 보이는 읍내가 가장 큰 곳이었고, 그나마 큰아버지댁이 서울에 있어 1년에 한두 번쯤은 아버지 손을 잡고 명절을 쇠러 가곤 했다.


그러게 자라서 어른이 되어, 싱가포르에 가서 싱가포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그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1인 2개 국어는 당연하고, 물론 국제적으로 한 국가의 언어로 분류가 되진 않지만 여러 중국 방언을 하는 것까지 치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1인 기본 2~3개 언어는 하는 것이었다. 그게 그냥 기초 언어가 아니고, 그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신기했다. '어떻게 사람의 머리에서 그런 다양한 언어가 자유자재로 나오지?' 한국에서는 지금도 외국어를 잘하면, 수재 소리를 듣는다. '그냥 영어나 외국어를 잘하는 것뿐인데, 왜 수재라고 부르지?' 그렇다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다 수재인가?


사실 2002년 당시 싱가포르인 친구는 나의 여자친구였다. 지금의 아내도 이런 내역을 다 알고 있다. 그 친구는 당시 싱가포르 항공 (SQ) 승무원에 영어, 중국표준어, 광동어를 구사하는 한국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최고의 인재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런 프라이드가 없었다. 심지어 처음에 자신의 직업을 창피하다고 감추기까지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한 친구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친구인데, 어눌한 말투이지만 한국말을 꽤 잘했다. 난 처음에 그 친구가 한국의 어디 지방에서 온 친구인 줄 알았다. 싱가포르인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당시에는 한류열풍이 이제 막 불기 시작할 때였는데, 그 친구는 일찌감치 한국에서 어학연수도 하고 한국어를 거의 완벽하게 익혔다.


난 그 친구가 굉장히 부러웠다. 나도 영어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하는데 그 친구는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대화가 완벽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린 그냥 이등 국민 같아요. 영어를 미국이나 영국사람처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어도 중국 본토 사람들처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구나..'


물론 그냥 그 친구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2025년을 전 세계의 갑부들이 가고 싶어 하는 싱가포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2002~2004년 당시의 싱가포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때에도 싱가포르는 이미 발전이 되어 있었고, 살기에 아주 좋은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 만큼의 프라이드가 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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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한복판에는 온갖 일본식으로 뒤덮여 있고, 사람들은 영어도 중국어도 아닌 그야말로 온갖 언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하고, 아마도 정체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싱가포르인들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면을 종종 보였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뭘 샀는데 불량품이어서 교환하려고, 외국인이 영어로 우물쭈물 하면서 소심하게 물어보면 대꾸도 안 할 정도로 무시를 한다. 하지만, 열이 받쳐서 큰 소리로 '사장 불러와!' 하면 이내 급친절 해진다. 아무래도 싱가포르는 법이 무서운 나라이다 보니, 사람들이 일이 커지는 것을 싫어하는 모양이다.


싱가포르도 대부분 중국계 사람들이다 보니, 사업적이든 사적이든 친해지면 약간 '브라더~'같은 감성이 있다. 나는 당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반쯤 사업의 형태가 되어 사람들을 소개받고 만나서인지 대부분 비즈니스 마인드이긴 하지만 잘 대해줬다. 그리고 그 인연들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브라더, 시스터 사이'이다.


비교적 요즘에 싱가포르를 접한 사람들은 '이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나' 싶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인 당시와 지금의 2025년 사이에 싱가포르는 꾸준히 경제성장을 거듭했고, 싱가포르인들의 프라이드도 한층 더 생겨났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02년의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0,000 수준이었다면, 2025년은 93,000불 정도라고 하니, 20여 년간 한국이 2.6배 성장할 때, 싱가포르는 4.2배가 성장을 했다. 지금의 싱가포르인들을 보면, 왠지 모를 '졸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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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싱가포르에서 한 나의 비즈니스 이야기를 이어서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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