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내는 주말의 소확행
금요일 5시다.
노트북을 끄고, 회사 식당으로 향한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수서역으로 이동한다.
한 주의 끝에서 늘 반복되는 익숙한 동선이다.
울산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쯤이다.
홍양은 항상 역으로 마중 나온다. 고맙고 또 미안함이 교차한다.
홍양은 평소 새벽에 조깅과 요가를 하고, 학원 일을 하고 나면 밤 9시 넘어 바로 잠자리에 든다. 금요일은 나를 마중 나오느라 하루가 조금 더 길어졌을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앉으면 10시 30분.
곧바로 잠들기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업무에 치이고, 약 5시간을 달려 집에 왔기 때문에 뭔가 쿨다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TV를 켜 두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릿속을 비우려고 한다.
분명 저녁을 먹었건만, 어딘가 허전하다.
그래도 아침의 더부룩함을 떠올리면 대부분은 참는 편이다. 가끔은 방울토마토 몇 알에 소주 반 병 정도 마실 때도 있다.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이번 주도 무사히 버텼다는 약간의 안도감이 스며든다. 그렇게 30~40분 정도 있다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토요일 아침이다.
평소 습관처럼 4시 넘으면 눈이 떠지지만, 그래도 이불속에 계속 머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느슨해진다. 주말이 주는 큰 선물이다.
7시쯤에 홍양이 만들어준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평일에 못한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홍양은 조그마한 학원을 운영한다. 가끔 학원 청소를 돕는 것도 토요일 루틴 중 하나다. 그리고, 둘이 산책을 하거나 마트에 들른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오늘 저녁에 어떤 안주에 한잔을 할까?'로 수렴한다. 특별한 행사나 약속이 없으면, 토요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낮술'이다. 평일의 긴장감을 푸는 우리만의 가장 완벽한 휴식이다.
벌써 일요일이다.
늘 그렇듯, 주말의 행복한 시간은 늘 가속도가 붙어 빨리 지나간다. 어젯밤 우리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눈이 맞아(?) 과음을 하고 말았다. '낮술'은 다 좋은데 가끔 눈 맞으면 술 마시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아침 9시가 다 되어 눈을 뜬 우리는 해장을 하고, TV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젯밤 과음에 후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겁게 마셨고, 얘기도 많이 했다.
지난주에도 얘기했지만, 홍양과 나는 참 다르다.
성격과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딱 하나 일치하는 건,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예전에 누군가 우리를 보고 '주님이 맺어준 커플'이라 불렀을까? 그 '주'가 술 '주'다.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후에는 다시 서울로 가야 한다. 오늘따라 날씨도 춥고, 바람도 셌다.
그냥 소파에서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 날이었다.
그래도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늘 그래왔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말은 짧았지만, 함께한 술과 대화는 즐거웠다. 우리는 또 다음 주말을 기다리며 한 주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