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연휴 일상

by namddang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0번째 글을 넘겼다. 그리고 이 글은 101번째 기록이다.

꾸준함으로 결국 이렇게 쌓여 가는 게 너무 좋다.


이번 설 연휴에는 내가 내려가지 않고 홍양이 서울로 올라왔다. 가족이 오랜만에 서울에서 함께 맞는 설이다. 비록 미국에 있는 딸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영상 통화로 세배를 받았고, 다가올 여름휴가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기로 약속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연휴 동안 우리는 단순한 계획을 세웠다.

함께 한강변을 함께 달리기와 영화 보기를 하기로 했다. 각자의 시간에 나는 독서챌린지를 이어 가기로 했다.

한강변 달리기로 한 이유는 3월에 있을 하프와 10km 대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 연휴 초반 주말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높았다. 일단 주말에 나 혼자 gym으로 향했다.

나는 지난 12월 코피 사건 이후 거의 달리기를 못했고, 반면 홍양은 여전히 새벽마다 달렸기 때문이다. 마침 장모님도 병원 검진 차, 서울에 오셔서 홍양은 음식을 준비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러닝머신에 올라서 그런지, 7km를 넘어가자, 내 안의 두 목소리가 조용히 다투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니 무리하면 안 돼.”

“그래도 목표는 10km잖아. 끝까지 가야지."

결국 나는 10km를 채웠다.

다음 날에는 5km만 달렸다. 신기하게도, 오랜만에 운동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설 연휴 첫날에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도 함께 느꼈다.


주말을 지나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모두 낮아져서 달리기에 좋은 날씨였다.

맑아진 하늘 아래, 홍양과 아들과 함께 한강을 달렸다. 봄날 같은 화창한 날씨에 햇빛을 받으며 달리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힐링 느낌이었다.

나는 연휴에 오늘까지 도합 25km를 달렸다.


다음 날, 가족이 함께 '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봤다.

조선 역사에 가장 비극적인 왕 단종에 관한 얘기다. 장항준 감독에 유해진, 유지태 배우 출연으로 관심이 높았다. 한 사람의 권력욕으로 인한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인 '계유정난'을 영화화한 것이다. 홍양은 단종이 엄흥도 손을 잡고 죽음을 부탁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530여 년 후에도 우리는 두 번의 쿠데타와 한번 더 경험을 할 뻔했던 사건이 겹치면서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연휴 기간에도 독서를 계속하고 싶었다.

오늘은 "원칙 (레이달리오 저)" 책의 자기 계발 잔소리(?)가 싫어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책을 폈다.

2025년 일본의 아쿠타가와상(난 처음 들어봄)을 수상한 작품이라 한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고 한다.

2001년생 저자 스즈키 유이, 영문학과 대학원생이며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라 한다.

MZ세대 작가의 시각으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주제로 어떠한 내용으로 풀어갈지 기대된다.


이렇게 우리의 설 연휴가 흘러갔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함께 달리고, 함께 보고, 책장을 넘기며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