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우리는 왜 조건을 먼저 물을까?

by namddang

오늘은 지난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ENFP 아내(홍양)와 ISTJ 남편(남땡)이 나눈 얘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MBTI는 정반대지만, 30년을 동거하다 보니 가끔은 생각의 결론이 닮아간다. 물론 과정은 다르다.

홍양은 감정 우선이고, 나는 논리 우선이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 선수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에 걸렸다가 철거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온라인에는 이른바 ‘금수저’ 논란이 들끓었다. 최선수가 거주하는 곳이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라는 이유였다.


"동계 스포츠는 돈 없으면 못 시킨다."

"금수저가 금메달을 땄다."

심지어 "금메달보다 강남 아파트가 더 부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수술까지 감내하며 훈련했을 선수를 두고, 가정 형편부터 따지는 건 안타깝다.”

“기록과 노력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부상과 훈련의 고통은 같다”

는 상반된 반응도 있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문득 수학 명제가 떠올랐다.

'돈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한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이 많아도 금메달을 못 딸 수 있고, 돈이 없어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그러므로 돈은 충분조건도 아니고, 필요조건도 아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조건'을 '결과'로 오해한다.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동계스포츠는 장비, 해외전지훈련, 코치진까지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종목이다. 돈이 없으면 시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프파이프에서 공중으로 솟구쳐 회전하여 착지하는 감각과 담력, 부상의 통증을 견디며 3차시도를 선택하는 결단은 돈이 대신해 주지 못한다. 결선 1차와 2차에서의 실패를 딛고, 3차에서 성공해내는 장면은 돈의 결과가 아니라 의지의 결과였다.


우리가 감동한 이유는 단순하다.

최가온 선수가 실패를 극복하고, 끝내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선수의 재능과 노력을 '금수저'라는 이유로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지만, 선수 자신의 재능과 노력, 행운이 필요하다. 이 모든 변수가 낮은 확률로 맞물려야 올림픽 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금수저'라 하더라도 다른 변수가 맞지 않으면, 올림픽 메달은 커녕 그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물론 또 다른 질문도 남는다.

만약 어떤 아이가 재능이 있는데, 단지 돈이 없어서 시작조차 못 한다면?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점점 옛이야기처럼 들리는 현실은 씁쓸하다.


우리가 논쟁해야 할 대상은 한 선수의 가정환경이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