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세 번째 하프, 이번에도 느리지만 꾸준히

by namddang

2026년 3월 1일 일요일, 뚝섬 한강공원 수변무대에서 열린 2026 머니투데이방송 3.1절 마라톤 하프에 참가했다. 지난해 10월 울산마라톤 하프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다시 서는 출발선이었다.

사실 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12월에 겪었던 코피 사건 이후 두 달 가까이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설 연휴 무렵부터였다. 그 이후로도 10km, 길어야 15km 정도를 달린 것이 전부였다.

반면, 홍양은 매일 새벽 꾸준히 10km씩 달리며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출발 전부터 이미 체력의 차이는 분명히 느껴졌다. 그래도 홍양과 같은 페이스로 달리며 잘 따라갔다. 아마도 홍양이 나를 배려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는 풀과 하프가 동시에 출발했다. 시간대 별로 그룹을 배정한게 아니고, 길도 한강변 자전거 길이라 출발 때부터 병목이었다.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천천히 나아갔다.

날씨는 다소 쌀쌀해서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출발선상에서 기다릴 때는 추웠지만, 1km쯤 지나자 오히려 가볍게 입은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km 지점을 조금 남겨두고, 준비한 에너지젤을 먹었다. 15km 지점부터 다리가 서서히 묵직해졌다. 몇 번이나 걷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다르게 먹었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으니 걷지만 말자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홍양도 옆에서 묵묵히 달리고 있어서 먼저 멈출 수도 없었다. 리딩을 못할 망정,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강변 자전거 길은 일반 도로에 비해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은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한 번도 걷지 않았다.


이번 대회의 풀코스는 하프코스를 두 번 달려야 한다.

리가 겨우 하프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 풀코스 주자들은 거기서 유턴해서 한번 더 같은 코스를 달린다. 이걸 보며 '우리는 절대 풀코스는 못할 거다.'라고 서로 완전 동의했다.


결승선을 홍양과 나란히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며 통과했다. 통과해서 말없이 서로를 안아 주었다.

기록은 2시간 17분대. 4개월 전 울산 하프보다 7분을 단축했다. 상위 50%에도 들지 못하는 기록이지만, 우리는 완주를 했다는 사실에 만족해했다.

준비는 부족했지만, 끝까지 걷지 않고 달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최소한 걷지는 않았다. (At leat we never walked.)"


이번 하프는 '기록 숫자'보다 '걷지 않음'에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