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흘리고 다니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by namddang

홍양은 물건을 잘 흘리고 다닌다.

지갑, 가방, 핸드폰 같은 것들을 가끔씩 어디엔가 두고 온다.


사실 이 이야기는 약 1년여 전에도 한 번 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홍양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홍양과 어디를 가거나 이동할 때면 자연스럽게 주위를 한 번 더 살핀다.

그런데 최근에 나도 '살핌'이 조금 느슨해진 모양이다.

결국 또 하나의 '흘림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주 지하철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갈 때였다.

홍양이 갑자기 말했다.

"카드가 없어."

들어올 때는 분명히 찍고 들어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지하철에서 앉아 있다가 주머니에서 빠진 것 같았다

내리기 전에 한 번만 주변을 둘러봤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바로 카드 분실신고를 하고, 역 고객센터에 양해를 구해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예전 같으면 잔소리를 꽤 했을 것이다.

"왜 그렇게 물건을 잘 흘리냐."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이미 잃어버린 물건보다는 그걸 잃어버린 홍양의 마음이 더 속상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다.

백화점 오픈 시간까지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일어나 백화점을 한참 돌아다니는데 홍양이 갑자기 멈춰 서서 말했다.

“내가 왜 아무것도 안 들고 빈손이지?”

가방을 카페에 두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다시 카페로 돌아갔다.

다행히 우리가 앉았던 의자 위에 가방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카페는 자리가 모두 찼는데 유독 우리가 앉았던 자리만 비어 있었다.

아마 가방이 놓여 있어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지 않았던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웃어 버렸다.

홍양이 말했다.

“정말 심각하네. 이런 나 자신이 너무 싫다."


나는 기억력에 좋다는 오메가 3를 주문했다. 그리고 홍양에게 말했다.

"이거 꾸준히 먹어."


물론 오메가 3 하나로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마음속으로 세 번만 말해야지.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분명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

나도 어딘가에서는 홍양에게 챙김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우리는 서로 조금씩 챙기며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