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라톤 2026 10km 완주
지난 일요일, 서울 마라톤 2026에서 10km 부문에 참가했다.
3.1절 마라톤에서 하프 코스를 완주한 지 2주 만이다.
서울 마라톤 대회는 96년 역사를 가진 대회다. 한 번쯤 꼭 참여하고 싶었던 대회였다. 다만 아쉽게도 하프 코스는 없고, 풀코스와 10km만 있다. 아직 풀코스는 자신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10km 부문에 참석하게 되었다.
2주 전에 하프를 한 번도 걷지 않고 완주했던 경험 때문일까? 이번 10km는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토요일 아침에 홍양은
"오랜만에 서울에 왔으니 한잔 해야지."
라고 선포를 했다.
불과 2주 전에 서울에 와서 하프를 뛰고, 진하게 마시고 내려간 사람은 누구였더라?
나는 나름 진지하게 말했다.
"내일 마라톤이야. 10km라도 무시하면 안 돼."
그래서 머리를 조금 썼다.
낮에 가볍게 반주로 한 잔 하고, 대신 저녁에는 얌전히 식사만 하고 일찍 자자는 전략이었다.
아들과 함께 셋이서 점심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였다.
이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간 밀린 얘기를 나눴다.
느긋한 토요일 오후였다.
문제는 저녁이었다.
처제들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홍양은 자연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사전 협의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직진이었다.
"내일 마라톤 마치고 마시자."라고 만류했지만, 돌아온 답은 간결했다.
"내일은 내일이고, 일단 알았어."
결국 우리는 각자 한 병씩 마셨다.
그래도 나름 절제(?)를 했고, 잘 설득해서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방어 전략의 핵심은 하나였다.
최대한 내일 낮술로 마시자고 꼬신게(?) 통했다.
대회 당일 아침, 날씨는 꽤 쌀쌀했다.
전날 자제 덕분이기도 했고, 하프 완주 경험 때문인지 이번 대회는 너무나 여유 있게 달렸다.
기록이 빠른 게 아니고, 전 코스에 걸쳐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속도는 느렸지만, 발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로 결승선에 가까워졌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함께 만세를 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1시간 3분이라는 평범한 기록이었지만, 이제 점점 자신감이 오르고 있다.
다음 마라톤 대회부터는 하프만을 신청하자고 했다.
우리는 바로 실행에 옮겨 5월 말에 예정된 하프 마라톤을 신청했다.
대회를 마치고, 우리는 약속대로 고깃집에 가서 소주를 각 두병씩 마셨다.
그리고, 꿀맛 같은 깊은 낮잠을 잤다.
저녁이 되자, 또 하나의 의식처럼 와인을 땄다.
이제 헤어지면 2주 동안 만날 수 없어 아쉽다는 핑계였다.
우리는 '공유결합' 같은 부부다.
'공유결합'이란 하나의 원자가 다른 원자와 전자를 공유하여 안정한 화합물을 만드는 결합이다. 예를 들어, LNG의 메탄, 에탄, 프로판, 부탄이 모두 안정한 '공유결합' 화합물이다.
'나'라는 원자가 '홍양'이라는 원자를 만나 알코올을 공유하며 안정한 부부가 되었나 보다.
와인 마시면서 그냥 쓸데없이 상상해 봤다.
월요일 첫차로 홍양은 울산으로 갔고, 나는 회사로 갔다.
이제 주중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 것이다.
그리고, 2주 후 주말에 우리는 낮에 강변을 달리고, 저녁에 술로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