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에너자이저 홍양과 함께 사는 법

by namddang

홍양과 나는 참 많이 다르다.

이 글의 제목처럼 MBTI는 한 글자도 겹치지 않는다.

음식 취향도 그렇다.

고기로 치면, 홍양은 돼지고기와 닭다리를 먹지 않고, 나는 좋아한다.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 두 개는 늘 내 몫이다. (나야 고맙지만..)


생선도 마찬가지다. 나는 회를 좋아하는 반면에 홍양은 구이나 조림을 선호한다.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건 소주다.

다만, 와인으로 가면 다시 갈린다.

나는 화이트, 홍양은 레드를 좋아한다.


술자리에서 홍양은 방금 교체한 에너자이저이고, 나는 1년 전 교체한 건전지다.

홍양은 오랫동안 꾸준히 마시고, 나는 초반에 멀쩡하다가, 어느 순간 방전된다. 결국 눈이 먼저 감긴다.


성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홍양은 'E'답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반면, 나는 최강 'I'다. 낯을 심하게 가린다.

홍양이 새벽마다 함께 조깅하는 아는 동생 부부와 식사를 하자고 했을 때, 나는 낯선 사람과의 어색함이 먼저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괜히 미안해져서 다음 주말에 만나자고 했지만, 이미 평일에 나를 제외한 세 명이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나의 성향과 타이밍이 늘 아쉽다. 어쩌겠는가, 반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난 토요일 밤에 홍양과 함께 집 근처 한우 뒷고기집에 갔다.

이름은 뒷고기지만 치마살이나 등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성비도 좋고, 홍양과 취향도 일치하는 집이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가성비 좋은 레드 와인 한 병을 샀다.


"센스 굿"

홍양은 그렇게 말하며 뽀뽀를 해줬다.

소주 두 병의 효과인가, 정말 오랜만에 받은 뽀뽀였다.


순간의 선택 하나가 주말 밤의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그날도 역시,

나는 먼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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