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부모님 전 상서

by namddang

오늘 주제는 제목과 맞지 않는다.

하지만, 2024년이 너무나 어수선하게 마무리되면서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추모의 정이 더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최근에 나랑 비슷한 연배의 지인들에게 부친상, 모친상, 빙부상, 빙모상 부고가 자주 온다.

하지만, 나는 20년 전에 부모님이 지병으로 모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60대 중반에 어머니는 70대 중반에 돌아가셨다.

지금 가셔도 빨리 가셨다고 애통할 텐데, 뭐가 급하셔서 그렇게 빨리 가셨을까?


부모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지만 내 마음속의 그리움은 여전히 깊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매년 두 번 찾아오는 추모의 날은 내가 어릴 때 철없음을 후회하고, 동시에 추억을 떠올리는 이중의 시간이다.


어렸을 때에 부모님은 항상 부모님 위치에 계신 걸로 알았다.

부모님도 나를 키우는 게 첫 경험이셨을 텐데..

지금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고민들을 부모님도 똑같이 하셨을 텐데..


그 당시에는 그런 부모님의 보살핌이 당연하게만 느껴졌고, 가끔은 내가 원하는 걸 해주시지 않을 때 서운함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때 그렇게 철없이 부모님 마음을 상하게 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부모님께서는 자주 말씀하셨다.

"네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얘기다."

그 말씀이 어렸을 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반항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는 그 말씀이 진심으로 제 행복을 바랐던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부모님과의 추억 속에서 가장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면은 몇 번 안 되는 가족여행을 했던 순간들이다.

언제인지 잘 모르겠으나, 해변가에서 두 분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아직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나보다 젊으셨을 때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부모님 생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젊은 시절의 나는 일에 쫓기고, 나만의 삶에 집중하느라 부모님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드리지 못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듣고, 손을 잡아드리고, 편안하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기회를 너무나 많이 놓쳐버렸다.

특히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 부모님의 표정에서 느껴지던 쓸쓸함이 이제야 떠오른다.

그때는 그저 바쁘다는 핑계,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재미로 무심히 지나쳤지만, 지금은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실감한다.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아낌없이 주셨던 사랑을 당시의 철없음으로 간섭이라 생각했던걸 지금 뼈저리게 후회한다.


추모의 날에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아버지, 어머니, 부족했던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제 삶에서 항상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인어른은 3년 전 87세 일기로 돌아가셨지만, 다행히 장모님은 83세로 건강하시다.

지난 주말에 홍양과 함께 장모님을 뵈러 해남에 다녀왔다.

홍양만큼 마음 쓰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