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나는 ISTJ, 홍양은 ENFP.
MBTI의 알파벳 네 개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나는 내성적이고, 홍양은 외향적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의 차이를 넘어서 우리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홍양은 줌바, 요가, PT 같이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하는 운동을 즐긴다.
반면 나는 강사와 수강생들이 함께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
내가 댄스 동작을 하거나 요가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남들이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극도로 내성적인 나는 그런 환경에서 함께 운동하는 게 쉽지 않다.
홍양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홍양이 열정적으로 함께하는 운동을 즐기는 걸 부러워하였다.
음식 취향도 다르다.
나는 순대국밥과 감자탕 같은 음식을 좋아하지만, 홍양은 한 번도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홍양이 좋아하는 샐러드나 채식 위주의 음식도 선호한다.
나는 모든 음식을 잘 먹지만, 홍양과 함께 외식하면 선택 제한이 걸린다.
정리정돈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있다.
나는 정리된 공간에서 마음이 안정되지만, 홍양은 “어차피 어질러질 건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렇게 우린 서로 다르다.
이런 성격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곤 했다.
우리는 4년 연애 끝에 내가 29살 되던 해에 결혼했다.
앞에 글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몇 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서로를 아주 잘 안다고 큰 착각을 한다.
당시엔 서로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함께 살면서 깨달았다.
거의 30년 가까이 각자의 배경과 문화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결혼 초기에는 많이 싸웠다.
특히 한 번은 저녁 식사 중 홍양이 음식을 흘렸고, 나는 “좀 흘리지 말고 먹어”라고 말했다.
그 말이 홍양에게는 잔소리로 들렸고,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어차피 치울 텐데 조금 흘리면 어때?”라는 홍양의 반박은 당시의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서로 상대 부모님께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서운해한 적도 많았다.
서로가 자기에게 맞추기를 원한다. 결혼 생활이 어려운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애 생활보다 결혼 생활이 더욱 힘들고, 서로에게 ‘넌 변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싸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는 서로를 잘 알고, 싸워봐야 상대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의 기대감이나 결혼 초기의 실망감을 지나, 이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많이 싸웠고, 화해가 있었고, 대화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많은 화해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싸움의 대부분이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고집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내가 맞잖아”라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 과정이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예전에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부부는 서로 닮아 간다고 하셨다.
닮아 간다는 의미는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는 걸로 이해가 된다.
서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했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 오히려 서로 불편하지 않고, 더욱 가까워지고, 더욱 편한 사이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은 단순히 갈등을 줄이는 것을 넘어 관계를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결혼은 결국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고, 각자의 색깔이 섞이면서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섞이는 색깔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싸움과 갈등이 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