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연습
지난 일요일, 나와 홍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긴 거리인 16km를 달렸다.
물론 중간중간 걷기도 했지만, 어쨌든 16km는 우리에겐 신기록이다.
올해 4월 5일,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했고, 이번 연습은 그 첫걸음이었다.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는 신청 오픈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하였지만, 다행히 신청에 성공하였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2~4개의 10km 마라톤 대회를 꾸준히 완주했다.
기록 경신보다는 적당한 운동과 성취감을 즐기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욕심이 났다.
"하프 마라톤, 우리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결국 지난 12월 중순, "일단 저지르고 보자!" 정신으로 신청해 버렸다.
대회까지 3.5개월이 남아 있고, 10km는 무리 없이 뛰니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느새 대회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장거리 연습은 시작도 못했다.
그동안 꾸준히 러닝머신으로 연습하고, 야외 트랙에서 달려 보기는 했으나, 10km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 연휴에 홍양이 서울에 와서 함께 한강을 따라 뛰어 보기로 했다.
성수동에서 출발해 잠수교까지 약 8km를 달리고, 다시 성수동으로 오는 왕복이었다.
중간에 5km 지점에서 살짝 걷고, 잠수교에 도착하여 기념사진도 찍으며 숨을 돌렸다.
솔직히 힘들다기보다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게 견디기 어려웠다.
도대체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이 지겨움을 어떻게 극복하는 걸까?
기안 84가 ‘태조 왕건’ 드라마를 들으면서 마라톤을 뛰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우리도 댄스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좀 나을까?
다음 연습 때 한번 테스트해 봐야겠다.
지겨움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다.
12km 지점에서 홍양이 갑자기 발바닥이 아프다고 했다.
처음에는 울산에서 신던 운동화가 아니어서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족저근막염이란다.
홍양은 근력 운동과 요가로 다져진 기초 체력이 나보다 좋은데, 이게 문제였다.
나는 즉시 10km로 변경하자고 했지만, 홍양은 “아니야, 끝까지 도전할 거야!”라며 강력히 하프를 희망하였다.
남은 기간 동안 치료를 병행하며 최대한 준비해 보기로 했다. 홍양의 장점 추가인가?^^(전편 참조)
오늘 16km를 113분에 뛰었다.
걷기도 포함된 기록이지만, 남은 체력을 감안하면 하프 제한 시간인 150분 안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완주 목표 시간이다.
이렇게 달리는 연습을 하고 나니 조금이나마 완주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는 게 큰 수확이다.
조금 더 연습하고, 체중도 3~4kg 정도 감량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딸이 선물해 준 H사 운동화가 지금까지 신었던 운동화보다 훨씬 편했다.
딸, 고마워!!~~
연습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점심 식사와 함께 반주를 곁들였다.
운동 후,, 마시는 소주는 다디달았다. (주: '달디달았다'는 맞춤법 오류라고 합니다^^)
낮술이라는 느낌도 좋았다.
반주를 하면서 오늘 술이 마라톤 대회까지 마지막이라 선언했다.
완주를 하면서 무릎을 보호하려면 지금보다 감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선언을 끝까지 지키는 게 관건이다.
요즘 '런트립(Run+Trip)'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여행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지금은 회사 일로 바빠서 어렵지만, 은퇴 후에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
해외 마라톤 풀코스 완주!!
지금 상태로는 무리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기안 84가 뉴욕 마라톤에 참석하는 방송을 보면서 그리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도 참석하여 즐기는 것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았다.
우리도 그때까지 건강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운동해서 꼭 해외 마라톤을 경험해보고 싶다.
그 꿈을 향해 우리는 술잔을 부딪쳤다.
“우리 그때까지 건강하게 운동 열심히 하자!”
그러면서 술을 마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우리는 마라톤 연습 후의 피로감과 알딸딸함 속에 낮잠을 잤다.
체력 회복도 중요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