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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역지사지

by namddang

결혼 초에는 사소한 일로도 많이 다퉜다. 본가와 처가 문제, 집안일 분담, 육아 방식까지 하루하루 일상들이 우리를 싸우게 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홍양이 따라와 주길 바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부 관계의 핵심은 '역지사지'라는 걸 깨달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말은 쉬워도 실천은 어렵다. 감정이 앞서고, 말이 앞설 때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이기고 싶은 생각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게 세월을 보내면서 점차로 달라졌다.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무슨 마음이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누그러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유로 전에 올린 '첫 주례' 글에서 주제는 '역지사지'였다.


예전 같으면 "왜 저래?" 했을 상황이, 지금은 "그럴 수 있지."로 변했다. 불쑥 튀어나왔을 감정의 말들이,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런 생각만으로도 많은 싸움들이 미연에 방지되었다. 100%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홍양도 비슷하게 변한 것 같다. 요새 우리는 거의 싸우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젊었을 때 나는 철이 없었다.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웠고, 이해보다는 고집을 먼저 선택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먼저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에 대한 기본 신뢰를 무너뜨리는 말과 행동, 도덕적인 선을 넘는 선택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건 부부 관계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부부로 오래 살아간다는 건 결국 서로를 향한 이해의 과정이고,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점차로 싸움은 줄어들 것이다. 결론은 역지사지다.


추신) 홍양게,

아래 사진을 보면 홍양이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걸 알아^^

괜찮습니다. 잔소리 안 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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