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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딸과 여행 추억

by namddang

2014년 8월, 딸과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당시 딸은 중학교 3학년이었고, 미국 메인주의 작은 도시 훌튼(Houlton)이라는 곳에서 이모 가족과 함께 살았다. 전에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이모집으로 간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입학(9월)을 앞두고, 홍양이 이번 기회에 딸과 둘이 여행을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여름휴가에 1주일을 덧붙여 2주간 휴가를 냈다.

그렇게 훌튼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P.E.I,, '빨강머리 앤'의 배경이 되는 섬)와 미국 보스턴 둘이서 여행을 했다. 이 여행은 나에게 있어 아주 고맙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당시 여행 일기를 작성하여 홍양에게 이메일로 일일보고(?)를 하였고, 그 기록이 남아 있다. 나중에 시간 날 때 이를 정리하여 브런치에 남길 예정이다.

그때 딸과의 여행은 지금도 다른 아빠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빨강머리 앤'을 볼 때마다, MIT나 하버드 대학이 TV 화면에 나올 때마다, 나는여름을 떠올린다.


시간이 흘렀고, 그 딸은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리고 지난 5월, 아무 예고 없이 깜짝 귀국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한 달 가까이 한국에 머무르며 회사 생활, 남자 친구에 대해 수다를 떨고, 우리에게것저것 잔소리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딸은 어버이날, 새해, 생일에는 직접 손으로 쓴 카드를 우리에게 보내준다.

이번 어버이날에 나에게 준 카드 내용은 혼자 보기 아까워 여기에 남긴다. 추억을 기록하는 의미가 있다.

주위에 자기 또래 지인들 중에 자기만큼 아빠와 친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내가 잘하는 걸까? 딸이 잘하는 걸까?^^


Happy 어버이날 아빠,
내가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야 겨우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져. 진심으로.
이제 1년이 넘어가니까 내가 부족한 부분도 너무 잘 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아빠는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공부하고 있던 모습이 기억나.
나도 아빠를 본받아서 더 노력하고 성장할게.
아직 해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동안 나는 당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주변 친구들만 봐도 아빠랑 나랑 관계는 조금 남다른 것 같아. 이번에도 아빠 회사 앞으로 찾아갈 테니까 참치랑 사케 사줘 :)
저번에 우천 취소돼서 못했던 야구 직관도 드디어 소원 푼다.
앞으로 같이 할 거 많으니까 항상 건강해 아빠.
건강이 최고야. 알지?
항상 감사해요 아빠, 사랑해
2025.5.10


딸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참치회를 함께 먹고, LG 야구 경기도 보러 갔. 야구 표는 아들이 나와 동생을 위해 예매해 줬다. 고마워, 아들!!

지난주, 딸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출근 첫날, 매니저가 딸에게 말했다고 한다.

"휴가 기간 중에도 원격으로 업무 처리를 잘해주어서 공백이 없었으니, 이번처럼 하면 연말에 한 달 휴가도 가능하겠다."라고.

딸은 신이 나서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중이다.


(쿠키)

딸과 올리브영과의 관계는 참새와 방앗간 관계와 똑같다.

거의 매일 올리브영에 갔고, 심지어 출국하기 직전까지 공항의 올리브영에서 쇼핑을 했다.

미국에서는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그러면서 할인이 있는 제품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재고까지 미리 확인하고 갔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철두철미한 쇼핑이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딸이 때마다 나는 결제 카드 정보를 제공하였다.

'내가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벌고 있는 동안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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