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부부와 여행 두 번째 이야기
지난 연말에 삼겹살 부부와 여행 이야기를 올린 바 있다.
매년 두 번 정도는 함께 여행을 하는데 지난 연말에 이어 이번 현충일 연휴에 다녀왔다. 우리와 삼겹살 부부는 매달 일정금액을 모아서 여행 경비를 마련한다. 50을 넘긴 지금, 30년 가까이 친분을 이어온 친구 부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기대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필요 없이, 우리 나이에 맞는 감성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말없이 걸어도 어색하지 않고, 끊임없이 챙기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삼겹살 부부와는 그동안 군산, 대천, 안동, 영주, 익산, 포항, 강릉, 전주 등 다양한 도시를 함께 다녀왔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볼거리와 갈 곳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번 여행지는 경북 문경과 상주. 여기도 역시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았다.
요즘은 조금만 이름 있는 관광지에 가면 사람이 넘쳐난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연령대 혹은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단체로 여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언제 또 올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일까?
주말과 연휴의 고속도로는 항상 밀리고, 장시간을 도로 위 좁은 차에서 보내는 건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목적지 인근까지는 기차를 타고, 그 이후에는 렌터카를 이용한다. 이 방식이 훨씬 편하고, 여유롭다.
홍양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소박한 반면, 삼겹살 부부와 함께하는 여행은 조금 더 스케일이 크다. 술도 한 잔 더 마시게 되고, 풍경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이동을 많이 한다.
여행을 하면 습관처럼 여전히 지역 맛집부터 찾아가고, 근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긴다. 근처 시장을 돌아다니고, 레일바이크를 타고, 인근 관광지 등을 둘러본다. 그리고, 저녁이면 다시 그 지역의 또 다른 맛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2차를 가고, 숙소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다음 날은 뜨끈한 해장국집을 찾아 속을 달랜다.
우리의 여행은 항상 이런 식은 아니었다. 때로는 그 고장의 오래된 절이나 서원, 고탑을 찾아가기도 하고, 지역의 역사가 서려 있는 장소를 방문하여 유래를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도 하였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 깊은 대화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우리가 떠났던 여행을 떠올려보니, 대부분 '잠깐 구경하고, 이동하고, 먹고, 마시고'의 반복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들여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여행하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이 글을 브런치에 남기는 이유는 우리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함이다. 친구와의 여행 기록도 역시 훗날 이날의 추억을 되새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먹고 마시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유서 깊은 장소를 찾아보고, 그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여행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아직 가보지 않은 명소들이 많다.
그러한 지역이나 자연을 찾아서 천천히 머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여행도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여 튼튼한 다리를 유지해야 한다.
추신)
홍양. 제 어깨에 발을 올리신 이유는 레일 바이크를 편하게 타기 위함일 텐데요,
편하셨다면, 저는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