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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듣는 과거, 보는 현재

by namddang

좋아하는 가수는 나이와 함께 변해 간다.

중학교 땐 뭐니 뭐니 해도 가왕 조용필이었고, 고등학교 땐 이문세와 이선희, 대학에선 동물원과 여행스케치. 최근엔 아이유, 잔나비, 그리고 악뮤(AKMU)다.

홍양은 나와 MBTI는 완전 다르지만, 좋아하는 가수는 서로 비슷하다.

아이유와 잔나비 콘서트는 이미 함께 경험했다. 악뮤 콘서트는 우리 둘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그 '처음'은 플레이리스트 속 악뮤와 공연장의 악뮤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었다.


CD나 앱으로 듣는 노래와 현장 라이브는 완전 다르다. 듣는 노래는 과거이고, 공연은 현재다. 우리가 악뮤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현의 맑고 청아한 보컬, 그리고 찬혁의 천재적 언어 감각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 '뱃노래, ' '오랜 날 오랜 밤' 같은 곡의 가사들이 우리 마음을 붙들어 준다.


'다리 꼬지 마'로 악동 뮤지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는 악뮤라는 간결한 이름으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내는 듀오다. 찬혁은 대부분의 곡을 쓰고 만들었다. '고래에게 너는 이 바다를 가져야 한다'라고 얘기하는 상상력이 부럽다. 수현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다.


사실 악뮤 콘서트는 2020년 울산에서 볼 예정이었지만, 팬데믹으로 취소돼 무척 아쉬워했다.

다섯 해가 지나 이번에야 갔다. 시작 전 걱정은 하나였다. 두 시간 스탠딩을 버틸 수 있을까? 다행히 꾸준한 운동 덕분인지 끝까지 서 있어도 힘들지 않았다.


스탠딩 콘서트는 아무래도 좌석 공연과 다르다. 서 있는 관객을 움직이게 하는 편곡과 템포가 중심이 된다. 우리가 사랑해 온 조용한 발라드와 무대 위 활기찬 편곡 사이의 간극은 분명했다.

우리가 기대한 발라드 라이브는 아주 잠깐 스쳐 갔다. 그래서였을까? 공연장에서 우리 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공연장에 '그 노래, 그 느낌'을 찾으러 갔지만, 무대는 오늘의 사운드로 편곡되었다. 물론 스탠딩 콘서트의 악뮤 음악도 좋았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 노력과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아쉬움은 수현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결국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신)

요즘 추신을 덧붙이는데 맛 들인 것 같다.

금요일, 콘서트를 보려고 홍양이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 공연을 본 뒤 우리는 아들과 셋이 을지로에서 쭈꾸미를 먹고, OB 호프에도 들렀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안주와 장소는 바뀌었지만, 소주와 맥주는 변함이 없었다.

평소엔 아들이 생각 없이 산다며 못마땅해하던 홍양도 막상 아들과 마주 앉으면 좋아서 서로 건배를 한다.

요새 아들이 애교가 많이 늘었다. 예전 군대 휴가 때 함께 찍은 사진도 보내며 추억을 자극하는 기술도 시도하고 있다.

일요일 밤, 나는 먼저 끊고 누웠고 둘은 늦게까지 마신 모양이다.

홍양은 월요일 첫 기차로 울산에 갔다.

새로운 주 첫날부터 둘 다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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