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출퇴근 풍경

by namddang

평소 차로 출근하면 나는 새벽 4시 30분 조금 넘어 집을 나선다.

아직 어두운 거리에는 택배 차량이 많이 다닌다. 새벽 배송 때문 일거다. 손님을 태운 택시들도 종종 지나간다. 그 안의 사람들은 퇴근하는 길일까, 아니면 나처럼 이른 출근길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새벽길이라 막히지 않아 door to door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하면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그때부터 7시 30분까지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앱을 통한 영어 공부와 명상을 하고, 글을 쓴다. 아침식사는 삶은 달걀 두 개와 요거트로 해결한다. 7시 30분이 되면 하루의 할 일을 점검하고, 8시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퇴근은 5시다.

업무 특성상 프로젝트가 1~2년씩 이어지다 보니, 오늘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퇴근 러시아워도 있고, 많은 업무 회의 때문에 내 할 일을 못했을 때, 저녁을 먹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을 때가 많다. 그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한다.


퇴근길에 잠실야구장을 지날 때면 환히 켜진 조명 아래 사람들로 가득한 모습을 보곤 한다. 나도 저 안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난 화요일에 아들이 그 소원을 이뤄주었다.

롯데와의 경기였고, 새로 영입된 톨허스트 투수가 선발이었다. 그날 경기는 투타에서 롯데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야구장을 함께 가자고 한 아들이 고마웠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항상 첫 차를 탄다.

Door to door로는 80분쯤 걸린다. 당연히 차로 갈 때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걸음 수도 훨씬 많다. 다행히 기점역 바로 다음 역이라 늘 앉아 갈 수 있다. 첫 차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가면 많은 사람들이 서서 간다. 대부분 50대 이상의 사람들이고, 등산 가는 사람과 일하러 가는 사람이 반반인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관찰해 보니, 사람들은 지하철 문 옆의 사이드 좌석을 유독 좋아한다. 자리가 많을 때도 사이드부터 채워지고, 그다음이 가운데 자리다. 요즘은 노약자석과 임산부석은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비어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가려면 작은 숲 공원을 가로질러야 한다.

어느 날 거기에 "주의 - 뱀 출몰 지역"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아.. 돌아가기엔 멀고, 그냥 가자니 무섭다. 잠이 덜 깬 이른 시간이지만, 몸의 감각을 바짝 세우고, 땅만 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 플래카드는 여전히 붙어 있다. 얼른 날씨가 추워져서 그 친구가 겨울잠에 들어가길 바란다.


퇴근길 지하철은 출근길과 다르다.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이 휴대폰 화면에 몰입해 있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고개를 떨군 채 자거나, 동료나 친구, 연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책이나 신문을 읽는 이는 드물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지하철 풍경은 지금과 달랐다.

사람들은 신문을 펼쳐 읽었고, 내릴 때 짐칸 위에 두고 가면 다른 이가 집어 들어 읽곤 했다. 그땐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신문 읽기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여전하다.


앞으로 출퇴근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틈틈이 기록을 남기면, 나중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출퇴근길에 주위를 보며 글감 소재를 찾는 재미도 있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아침 7시면 스타벅스에 가서 신문을 읽는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굳이 커피값을 내면서~'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뒤면 그런 로버트 드니로를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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