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다이어트

by namddang

요즘 홍양이 우울하다.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식사량도 줄였는데 몸무게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갱년기와 나잇살 탓이라는데, 억울한 기분은 이해가 간다.

남자인 나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째 체중은 그대로이고, 운동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40대 초반에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몸이 달라지는걸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근력이 붙고, 체중이 줄어드는 성취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마음이다.

10년간 10km 마라톤을 달렸지만, 기록 단축은 고사하고 예전 기록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10월에 있을 하프 마라톤 역시 완주는 하겠지만 기록 단축은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쉽게 몸을 가볍게 만들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젊을 때는 마음만 먹으면 2~3kg쯤 줄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간해서 체중은 줄지 않는다. 한 끼를 거르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잠시 줄었다가 금세 원상태로 돌아온다. 마라톤으로 겨우 2kg을 빼도 며칠 후면 원상복귀다. 그런데 늘어나면 잘 줄지 않는다. 참으로 불공정한 구조다.


건강 검진 상담 때마다 듣는 얘기는 똑같다.

몸무게를 줄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식하고, 야채를 많이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것.

다이어트는 결국 '입력과 출력의 균형'이라는 단순한 Balance 법칙을 따른다.

입력 칼로리 (먹기) - 출력 칼로리 (운동) >0 이면 몸무게는 늘 수밖에 없고, < 0 (음수. 즉, 출력이 크면)이면 몸무게는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입력 칼로리를 0(zero)으로 하는 극단적 다이어트는 결국엔 사인/코사인 함수 주기가 될 것이다. 이게 요요현상이다. 참고로 x축은 시간이고, y축은 몸무게라 보면 된다.

(출처: 위키피디아)


문제는 이 단순한 법칙이 나이가 들면 잘 적용이 안된다는 데 있다. 그 비밀은 출력 칼로리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이다. 출력 칼로리 속에 기초대사량이라는 악마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기초대사량이 커서 출력 칼로리가 적어도 몸무게를 유지하거나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량이 작아지기 때문에 출력 칼로리가 배로 필요하다.

그래서 결론은 Balance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예전보다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며, 근육을 붙이는 수밖에 없다.


몸의 변화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다른 변화도 찾아온다. 밤을 새우는 게 불가능해졌고, 암기도 쉽지 않다. 예전에 금세 떠올리던 이름조차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홍양도 얼마 전에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그 술 있잖아, 위스키에 탄산음료 섞어서 만든 거... 요새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이라며 술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결국 나이 든다는 건, 거부할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억울하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소식하고, 운동하고, 읽고, 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멍하니 TV나 휴대폰만 바라보지 말고,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

그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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