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떠나는 설렘, 만나는 기쁨

by namddang

일상에서 어딘가로 떠난다는 건 늘 설렌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미국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지난 8월, 악뮤 콘서트를 보고 난 뒤 홍양과 아들과 함께 쭈꾸미에 소주 한잔 하면서 그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레 여행 계획이 확정되었다.


그 소식을 전하자 딸은 너무 좋아하며 이후 전화를 할 때마다 계속 이제 OO일 남았다고, 'D-OO'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기대하고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설레었다.


사실 나는 딸이 사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딸이 중학생 시절, 미국 메인주에 있는 이모 집에서 학교를 다닐 때 그곳을 간 적은 있었다. 그때는 아직 독립하지 못한 아이였고, 함께 캐나다 여행을 다녀오며 추억을 만들긴 했지만, 지금처럼 홀로 서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는 직장인으로서 우리에게 경제적 독립을 한 이후 스스로 터전을 만든 딸을 보러 가는 길이니, 이번 방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광복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비행기 표를 예약했고, 딸은 현지에서 우리가 머물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고 예약했다. 이번 여행은 관광 목적이 아니다.

그저 딸에게 집밥을 해주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추석을 보내려 한다.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밑반찬과 양념도 챙겨가기로 했다. 간장, 고춧가루, 굴소스, 참기름처럼 미국에서도 팔긴 하지만, 비싸거나 그 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는 필수다.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미국에는 육류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이 반입 금지라는 걸 처음 알았다. 곰탕이나 갈비탕 같은 즉석식품과 햄 및 육포는 물론, 라면조차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라면 수프 속의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성분이 있기 때문이란다. 예전 미국 출장을 갈 때 컵라면을 필수로 챙겼던 나로서는 아쉬울 뿐이다. 그때는 운 좋게 통과를 했는지, 아니면 반입이 가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생물이 아니고 가공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을 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비행기 표를 예약할 때만 해도 추석 연휴까지 한참 남은 듯했는데, 어느새 이번 주말로 성큼 다가왔다.

수차례 해외 출장 및 여행을 다녀왔지만, 떠나기 전의 설렘은 여전하다. 특히 비행기에서의 기내식은 여행을 마치고도 생각이 난다. 하늘 나는 중에 먹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맛은 마치 중국집에서만 빼갈을 마셔야 제맛이 나는 것과 같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H1B 비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딸이 한국에 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가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

오랜만에 가족 완전체가 모이게 되었다. 이번에 우리는 웃고, 먹고, 이야기하며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우선 미국 도착 다음 날, 마라톤 대회 5km 부분에 함께 참석하여 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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