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해(海海) 마라톤
드디어 출발 당일이다.
이번 연휴에 '비일상적'인 '가족과 일상'을 보내려 한다. 우린 주말부부고, 나는 아들과 평일에 함께 살고, 딸은 미국에 살기 때문에 함께 모여 있는 일상이 없기 때문이다.
출장 갈 때와 여행 갈 때, 인천공항으로 가는 마음은 확실히 다르다.
뭐랄까, 학교에 도시락을 들고 가던 날과 소풍날 들뜬 마음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차이랄까?
비행기 안에서 편안히 책을 읽었고, 기내식을 먹었고, 영화를 보았다. 중간중간 졸기도 했지만, 도착하면 밤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지 않으려 했다.
LA 땅에 비행기 바퀴가 닿은 뒤, 두 시간이 넘어서야 마중 나온 딸과 서로 안아볼 수 있었다.
각국에서 몰려오는 사람들에 비해 입국심사는 너무나 느렸고, 그마저 담당 인원도 적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LA에서 샌디에이고로 가는 고속도로는 차로 가득했다.
딸은 퇴근 러시아워 때문에 우리를 데리러 오는데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밤 10시 넘어 우리는 샌디에이고 숙소에 도착해 맥주를 마시면서, 늦게까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얘기하다가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가족 모두 일찍 눈을 떴다. 이유는 Pacific Beach 5km 마라톤 대회 참석 때문이었다.
도착하니 음악과 함께 DJ의 경쾌한 진행 목소리가 들리고, 7:30 출발 참석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우리는 9시 출발로 참가 신청을 하였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였다.
해변 모래사장을 2.5km 달리고, 해안도로를 2km 달린 뒤, 다시 모래사장으로 돌아와 나머지 500m를 달려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막상 출발하고 보니 해안가의 모래사장을 달리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다.
발은 푹푹 빠져 걷기도 힘들었고, 바다 가까운 모래는 젖어 있었다. 그나마 단단해 보이는 곳을 골라 달렸지만, 파도가 장난을 치듯 밀려와 운동화와 양말을 적셨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코스였다.
처음에는 함께 뛰다가 아들이 먼저 앞서 나갔고, 다음에 내가 그 뒤를 따랐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DJ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렇게 4~5분 차이로 들어왔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의 완주를 축하했다.
첫 해외 마라톤이고, 첫 해안 모래사장을 달린 마라톤이었다.
이른바 '해해(海海) 마라톤'이다.
달릴 때는 숨이 가쁘고 힘들었지만, 우리는 나중에 두고두고 얘기할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