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복귀
샌디에이고는 햇살이 가득한 도시다. 사시사철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야자수 있는 해변, 그리고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있는 휴양 도시고,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출처:위키백과)한 UCSD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가 있는 도시,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도시다.
이국종 교수가 '골든아워'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곳이다. 이 밖에 바이오 단지가 들어서 있으며 글로벌 제약 회사와 바이오텍 기업들이 모여 있다. 첨단 기술과 햇살이 공존하는 도시다.
아침 해변을 달리면서 파도 옆으로 돌고래 떼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어떤 돌고래는 파도를 타는 서핑 묘기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바다 위를 스치듯 나는 새떼가 일렬로 비행했다.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답고, 난생 처음 보는 장면이라 달리기를 멈추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딸(이하 민)의 가이드로 바다사자 (Sea lion)가 사는 해안에도 갔다. 햇살을 받으며 바닷가 바위 위에서 낮잠을 자는 바다사자, 그 옆에서 두 마리가 물속에서 나와 서로 뽀뽀를 하며 수영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BBQ 및 파스타 맛집도 다녀왔다. 가족이 함께 있기 때문에 더욱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샌디에이고 부자 동네 델마(Del Mar) 해변에서의 피크닉이었다. 축구장처럼 잘 관리된 잔디밭 위엔 사람들이 누워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을 하면서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옆 산책로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든게 큰 미국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반려견도 리트리버이거나 그만큼 컸다.
너무나 여유롭게 보였다.
우리도 매트를 펴고, 테이크아웃한 타코와 맥주를 꺼냈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고, 햇빛도 구름 뒤에 숨었다 나왔다 하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비추었다.
그때였다. 근처에서 축구공으로 놀던 열 살 쯤의 아이 둘이 다가와 아들에게 물었다.
"Do you want to play soccer with us?"
아들은 웃으며 "Yes!"라고 답했다. 그렇게 2:1의 축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호날두 흉내를 내면서 드리블을 하고 아들을 쉽게 제쳤다. 아들도 나름 주말에 축구를 하는데 말이다. 아들만 제치면 다음엔 무방비다. 그렇게 골을 넣고 호날두 세리머니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너무나 귀여워서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그렇게 20분 정도 하니 아들은 숨이 턱까지 차서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기하였다.
"수적 열세라 어쩔 수 없었어."
그 말에 우리는 모두 웃었다.
해가 질 무렵, 잔디밭 끝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고운 모래 위를 걸었다. 썰물 덕분에 한참이나 바다 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해는 점점 수평선과 가까워지면서 물결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해는 점차로 수평선 가까이 내려오면서 부끄러운 듯 자기를 볼 수 없게 빛을 발산하고, 수평선에 담그면서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큰 불이 난 듯 붉게 물들었다. 회색빛 구름은 마치 연기 같았다. 아주 인상적인 노을이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이 저물어 갔다.
김밥, 잡채, 소고기 뭇국, 미역국, 불고기, 볶음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여기에 한국에서 가져간 마른반찬까지..
이번 여행 동안 홍양이 민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다. 냉동실에 넣으니 민이 두 달은 거뜬히 먹을 양이다.
응팔의 덕선이 엄마도 인정할만한 큰 손이다. 그게 바로 엄마의 마음인 것 같다.
그렇게 1주일이 해가 수평선에 가라앉듯 빠르게 흘러갔다.
민은 LA 공항에 우리를 내려주며 엄청 울었다.
"H1B 비자받으면 연말에 한국에 들어올 수 있어. 그때 보자고."라고 위로했지만, 마음은 먹먹했다.
서로 떨어져 살고 있어 만날 때는 너무 반갑지만, 헤어질 땐 너무 힘들다.
지난 일요일 새벽 4:40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추석 연휴 동안 '비일상적인 가족의 일상'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노을과 가족이 함께 했던 해변 피크닉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