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하프, 느리지만 꾸준히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26회 울산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종목은 하프(21.0975km) 코스.
지난 4월 8일, 경주벚꽃마라톤 대회에서 첫 하프를 완주한 지 반년만의 도전이었다. 사실 그 대회를 마치고, 체력 소모와 통증이 심했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9월 첫 주에 혼자서 하프를 완주했다는 얘기는 했었다. 체력소모나 통증은 조금 덜했다. 그리고, 9월 말에 10km 한번, 추석 연휴에 5km를 달리고, 대회 전날 염포산을 10km가량 걸었다.
준비는 이게 전부였고, 더욱이 지난주에 회식이 두 번이나 있었다.
홍양은 매일 새벽에 꾸준히 5km씩 달리는 연습을 하였다. 아마도 그 꾸준함이 계속 쌓였을 것이다.
출발신호와 함께 트랙을 반바퀴 정도 돌고,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일단 트랙을 벗어나니 넓은 도로로 달리게 되어 병목현상은 없어졌다. 전날 내린 비로 공기는 맑았고, 달리는 중간중간 물웅덩이와 내리는 보슬비 때문에 운동화는 젖었지만, 햇빛이 쨍한 날보다 나았다.
도로를 달리는 코스다 보니 4~5군데 지하차도를 지나야 했다. 이 때문에 내리막과 오르막 구간이 반복되고, 도로 중간중간에 살짝 오르막이 있었다. 초반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10km를 넘어서자 다리가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다. 어제 염포산을 조금만 걸을 걸 하는 후회도 하였다. 그래도 다른 대회보다 급수대가 많아 목마름도 덜해서 걷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홍양과 함께 반환점을 돌고, 어느 정도 갔을 때 사이렌을 울리며 앰뷸런스가 우리 사이를 지났다. 누군가 탈진했겠구나 생각했다. 순간 '나도 저기 실려가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홍양에게도 심박수 180이 넘으면 무조건 걸으라고 했다.
14km쯤에서 다리가 묵직해졌다. 우리는 준비해 둔 에너지젤를 꺼내 먹었다. 박카스 맛이 입안에 퍼지며 일시적으로 피로가 조금 옅어지는 듯했다. 그 잠깐의 효과 덕분에 좀 더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17km를 조금 남기고, 지하차도 오르막에서 우리는 결국 멈춰 섰다. 숨이 찬 것도 아닌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몇십 미터를 걷고, 다시 달리고, 또 걷고, 달리고를 반복했다.
다리에 쥐가 나서 아파하는 사람들,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잘 뛰는 사람들은 이미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을 것이다. 주위엔 우리와 비슷하게 힘들어 사람들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하였다.
평균 페이스는 6분 50초대이고, 거의 꼴찌에 가까웠지만, 완주를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꼴찌는 아니고, 내 뒤로 150여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 괜히 위안이 됐다.
결승선에서 홍양과 손을 잡고 만세를 하며 통과하였고, 서로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지난 경주 마라톤 대회에서 아쉬워했던 장면을 이번에 실현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완주 메달과 함께 컵과일을 받았다. 컵과일은 완주 후에 수분 및 당 보충에 최고인 것 같다. 울산시 관계자들의 세심한 굿 센스다.
다만 작년에 있던 태화루 막걸리와 두부김치가 없었다. 아마도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참석자들의 음주 운전 문제 때문인 것 같은데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준비는 부족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길 잘했다.'
홍양도 감기에 걸리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우리 모두 경주 대회 때보다 체력소모나 통증도 훨씬 덜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은 부족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달리기를 했던 덕분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게 결국 정답이다.
여하튼 하프도 힘든데 풀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