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회사의 공통점
나는 LG 트윈스 팬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LG트윈스가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MBC 청룡 팬으로서 이번 LG 트윈스의 4번째 우승을 바랐고, 해냈다.
한편,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번 시리즈의 백미는 단연 4차전 9회 초였다.
LG트윈스는 이미 추격조 투수들이 나왔고, 8회 말에 1점을 더 내줘 4:1로 지고 있었다.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한화 이글스 쪽으로 기울었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8회 말에 점수가 나면 보통 쐐기 점수가 된다. 그 순간 대부분의 팀은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4차전 8회 말까지 경기 흐름이 바뀔만한 이변도 없었다.
그런데 9회 초에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선두타자 오지환 선수의 볼넷, 이어진 박동원 선수의 투런 홈런. 이 한 방이 LG 트윈스 선수들의 사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그 뒤로 4점을 더 내며 7:4로 역전하였다.
이미 흐름은 완전히 LG 트윈스로 넘어왔다. 그리고 다음 날, 예상대로 5차전에서 끝났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쓴 LG트윈스였다. 아니, 각본이 있었다면 너무 작위적이라 욕을 먹었을 법한 얘기였다.
<출처: 연합뉴스>
사실 나는 올해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 불펜의 난조와 타선의 부진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엔 연승을 하며 잘 나갔지만, 불펜이 흔들리면서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
23년 시즌에는 선발이 3점 차만 앞서면 불펜이 승리를 지켜줬지만, 작년부터 난조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는 그 3점 차를 지키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여전히 불안했다.
타자들도 체력 문제로 시즌 중반부터 타격감을 잃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20여 일간의 휴식과 훈련으로 감각을 다행히 되찾았다.
LG 트윈스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2년 연속 우승이다. 하지만, KBO 리그는 2017년 이후로 2연패 팀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정상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스토브리그에서는 불펜 보강과 체력 강화가 필수 과제로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딱 일주일만 즐기겠다."라고 말한 것 같다.
우승을 위해 1년 내내 달려왔으면서 일주일만 쉬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그의 말은 나의 태도를 뒤돌아보게 했다.
야구를 보다 보면 자꾸 회사 생활과 비교해 본다.
한 시즌을 치르는 일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과 닮았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럴 때 야구는 감독과 코치, 선수, 그리고 프런트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가 팀의 성적을 결정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리더와 팀원들 간 소통의 원활함이 프로젝트 성패를 결정한다.
프로젝트 리더는 야구 감독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매 순간 받는 스트레스가 정말 많다. 결과가 좋으면 박수를 받지만, 한 번 실수로 무너질 수 있다. 항상 담장 위에 서 있는 심정이다.
모든 승부는 흐름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지배하는 힘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디테일에 강한 야구팀은 어이없는 에러가 나오지 않고, 디테일에 강한 프로젝트 팀은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기술 한입에서도 언급했듯이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숨어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고 믿는다. 야구든 프로젝트든, 디테일에 강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PS)
나와 아들, 딸이 모두 LG 트윈스 팬이다. 홍양만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모두 기뻐했는데 홍양만 무덤덤했다. 쩝.